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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국금융연수원 내에는 현대식 연수원 건물과 다르게 옛스런 분위기의 기와 건축물 번사창이 한 채 있다. 번사창은 근대식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된 기기국 소속의 병기 공장을 일컫는다. 해체와 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돼 있다.
번사(飜沙)란 흙으로 만든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주조한다는 뜻. 번사창(飜沙廠)은 이렇게 만들어진 용기에 화약을 넣어 폭발시킬 때 천하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나고 빛은 대낮처럼 밝다는 뜻을 내포한다.
번사창의 설립은 강화도 조약(1876)이 체결된 지 8년 뒤인 1884년, 무기 근대화에 힘쓰던 구한말에 이뤄졌다. 삼청동의 옛 무기고로 불리던 번사창은 1984년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단순한 무기 창고가 아닌 병기 생산공장이었음이 밝혀졌다.
외형을 살펴보면 가로 길이 33m, 폭 8.5m, 총 3층 높이의 단층 창고형 건물이다. 화재를 대비해 쌓아올린 조적조 벽체와 화강석을 두른 정문, 붉은 벽돌띠로 장식된 측문이 눈에 띈다. 수평과 활꼴 아치를 혼용한 창과 삼각형의 이중 지붕 사이의 환기창은 무기를 만들 때 발생하는 열과 오염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 내부에는 서까래와 서양 목조건축의 왕대공 지붕 트러스를 혼용했다. 전통적인 지붕구조를 근대화한 매우 특이한 건축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청나라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완공된 번사창은 근대 건축물 중 드물게 동서양 건축양식을 절충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벽돌조 건물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장이기도 한 번사창은 일본과 서양 열강의 압박이 강해지던 시기에, 고종과 조선이 남긴 자주적 국방 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tbs TV 영상기록 '서울, 시간을 품다'는 홈페이지(http://tbs.seoul.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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