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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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이 해적 여두목으로 강도 높은 액션에 처음 도전했고, 김남길이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산적 두목으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니 관심은 쏠린다. 두 사람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하다.
손예진은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을 제대로 보여준다. 예쁜 얼굴이 몰입을 방해할까 우려됐지만 카리스마를 한껏 뽐낸다. 말 그대로 스크린에서 날아다닌다. 칼과 활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연기를 업으로 하는 배우니깐 당연하다고? 스크린에서 그가 준비한 과정의 고행이 오롯이 느껴질 정도다.
김남길은 제작보고회에서 "액션이 힘들었다"는 손예진의 말에 "엄살"이라며 "처음 와이어 액션 연기를 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추어올린 바 있는데,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진짜 즐겼던 것처럼 액션이 자유자재다. 액션 연기가 되는 어여쁜 여배우가 하지원 뿐인 줄 알았는데 한 명 더 추가해야 한다.
김남길이 맡은 송악산 미친호랑이 장사정도 웃긴 캐릭터다. 물론 유해진이 맡은 캐릭터 철봉에 비할 순 없겠지만, 김남길도 유해진과 함께 의외의 웃음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산적 무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두목인데 두목 같지 않은 모습이 나올 때 반갑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봤던 비담의 비주얼에 싫증이 날 때쯤 맹한 산적 두목이 되니 반전이다.
유해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코믹 연기에 있어서 독보적이다. 이미 그가 유쾌하고 빵 터뜨리는 웃음을 준다는 건 많은 이가 안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에서 그의 유머 코드가 질린다고 느낄 이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작가와 감독, 유해진의 노력 때문인지 그의 코믹 패턴을 알겠는데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변신 혹은 도전이라는 요소가 없었더라면 손예진과 김남길은 유해진에 묻히지 않았을까.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이하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렸다.
해양 어드벤쳐를 표방해 물 위에서 싸우고, 국새를 삼킨 고래도 상대해야 하니 스케일은 크다. 길이 32m의 초대형 해적선 두 척에 선박 1척까지 총 3척을 직접 제작한 영화는 바다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실감 나는 모험을 펼친다. 해상 신에 쓰인 컴퓨터그래픽(CG) 효과와 고래 CG도 어색하지 않다. 시원시원한 액션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다. 다만 산적과 해적이 마을에서 고래를 잡기 위한 화약 등 무기를 쟁탈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는 장면 효과는 흠이다.
산적과 해적이 바다에서 고래를 잡는 일에 뛰어든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콧방귀 뀐 관객도 제법 많겠지만, 각 인물과 상황 등을 어울리게 설정하려고 노력한 제작진과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조선 건국 초기 10년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럴법한 상상력을 발휘해 흥미를 유발했고, 이를 다양한 사건으로 전개한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지루한 지점도 있긴 하지만 손예진이 이끄는 해적과 이경영이 이끄는 또 다른 해적, 김남길이 이끄는 산적, 김태우가 주축이 된 개국공신들의 이야기 분배를 적절하게 해 잠이 들 정도는 아니다. 지루할 때쯤 터지는 '유해진 유머'의 공이 특히 크다. '해적'의 웃음은 거의 유해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캐리비안의 해적'과는 비교하면 안 될 코믹 해양 어드벤쳐다. 이석훈 감독이 언론시사회에서 무슨 자신감으로 "'캐리비안의 해적'보다 재미있다"고 했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한국식 웃음이 할리우드 영화보다 조금 더 가미됐으니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만하다. 영화는 고래를 통해 다른 메시지도 담으려고 한 것 같은데 잘 드러나지 않는다. 130분. 12세 관람가. 8월6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