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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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에 사는 노부부는 장성한 자식들을 보러 번잡한 도쿄를 찾는다. 자식들은 오랜만에 만난 부모 모시기에 애를 쓰는 것 같지만, 적극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병원 의사인 아들과 미용실 주인 큰딸은 생활이 바빠 부모를 호텔로 내몬다. 막내아들도 자기 생활에 치여 부모를 챙길 여력이 없다.
부모와 자식 간 단절된 삶을 사는 것 같은 시대. 먹고 살기 바빠 형제들끼리도 그럴 수밖에 없으니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들 가족에 새로운 인물이 낀다. 막내아들의 여자친구다. 섬으로 돌아가기 전, 막내의 집을 둘러본 엄마는 거기서 만난 막내의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행복한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들 가족에게는 시련이 닥친다.
'동경가족'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작 '동경 이야기'(1953)를 일본의 또 다른 거장 야마다 요지 감독이 재해석했다.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 사회를 묘사했던 원작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로 배경을 옮겼다. 등장인물 간 사연도 재난과 연계된다. 막내아들로 나오는 츠마부키 사토시와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아오이 유우가 재해 지역 봉사활동에서 만난 사이로 나오는 등이 그렇다. 일본영화 특유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는 작품은 평범한 듯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가슴 뜨거운 영화다. 146분. 전체 관람가.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