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2014년 현재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채널을 통틀어 방영되고 있는 시트콤은 단 한 편도 없다. 하반기 MBC에브리원에서 ‘하숙 24번지’를 방영할 예정이지만 시트콤보단 예능형 드라마에 가깝다. 방송사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으로 홍보 중이다.
지상파 3사의 마지막 시트콤은 지난해 8월 종영된 KBS2 ‘일말의 순정’이었다. KBS 시트콤의 성격답게 잔잔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줬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시트콤의 시작을 알린 SBS는 2012년 방송된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직단’을 끝으로 시트콤이 폐지된 상태다.
시트콤계의 대부인 김병욱은 지상파에서 케이블 채널 tvN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5월까지 방영된 ‘감자별 2013QR3’은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도 예전만 못했다. 하지만 철학적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마니아층에겐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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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어느 순간부터 시트콤은 방송사의 천대를 받고 있다. 방송 시스템의 변화이기도 하고 아이디어와 소재의 고갈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심엔 돈, 제작비 문제가 있었다.
‘하이킥’ 시리즈에 참여해온 박순태 프로듀서는 “일일시트콤을 만드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시트콤의 제작비는 일반 드라마의 1/4 수준인데 이 제작비로 캐스팅이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다”라며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소재에도 제한이 온다. 같은 와이어 액션이라도 많은 돈을 들어서 만드는 드라마와 저예산인 시트콤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시트콤으론 부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한 몫을 했다. 한류 열풍이 불고난 후 스타들을 앞세운 드라마들이 국내에서 줄줄이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더라도 ‘망했다’고 표현할 수 없었다. 해외 판권으로 그만큼의 손해를 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트콤은 해외 판매가 쉽지 않은 품목이다.
박 프로듀서는 “신인 배우들도 그렇지만 시트콤의 주축은 중견 배우들이다. 과거에 비해 그 분들의 드라마 출연료가 배 이상 올랐는데 시트콤에선 드라마만큼의 출연료를 주지 못한다. 시트콤이 저예산이라고 배우들이 출연료를 깎아 주진 않는다”라며 “드라마는 판권이 팔릴 것을 예상하고 출연료를 높게 측정해줄 수 있지만 시트콤은 해외 판매가 힘들다. 해외 시청자들은 시트콤의 코믹 연기에 기본적인 웃음소리가 깔리는 것을 어색해 한다. 심지어 가까운 일본에서도 이해를 못한다. 시트콤 제작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프렌즈’만 봐도 시즌 10까지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는 그만큼 개런티를 충족시켜 줬다는 것. 미국의 경우엔 시즌을 할 때마다 광고도 더 붙고 여건이 더 좋아지면서 제작사 입장에서 많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국내 시트콤들은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 소속으로 줄 수 있는 예산의 한계가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점차 사리지는 시트콤의 대체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예능형 드라마다. ‘응답하라 ’ 시리즈가 성공을 거뒀고 ‘식샤를 합시다’ ‘막돼먹은 영애씨’ 등 코믹하지만 드라마적 성향이 강한 작품들이 방송가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박 프로듀서는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트콤도 웃음의 색이 다르다. 20대를 공략한 것도 있고 ‘하이킥’처럼 전 연령층을 위한 것들도 있다. 이런 예능형 드라마는 시청층 타겟을 잡아서 저예산으로 만든 코믹형 드라마로 시트콤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드라마에 가깝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시트콤보단 드라마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가 없어졌지만 웃긴다고 해서 다 시트콤이라고 하진 않는다. 시트콤의 변주라고 보는 것이 맞고 현재로서는 대안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예능형 드라마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 시트콤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 모 아이돌 그룹의 관계자는 “시트콤이 생겼으면 좋겠고 소속 가수를 출연시키고 싶다. 연기를 하는 아이돌들은 많은데 처음부터 정극보다는 시트콤으로 도전을 하면 연기력에 대한 부담이 적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청춘 시트콤은 스타들의 산실이었다. 신인이던 송승헌, 송혜교, 현빈, 조인성 등이 시트콤을 통해서 인기를 확장시켰고 이를 발판으로 당당히 드라마 주연을 꿰찼다.
또 현 드라마 산업에서 시트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작가들 때문이다.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도 한다. 이제 스타 캐스팅으로 드라마의 성공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콘텐츠가 드라마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시트콤 출신 작가들이 대거 존재한다.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는 ‘멋진 친구들’을 집필했었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는 ‘논스톱’을 출신이다. 지난해 ‘나인’으로 필력을 자랑하고 새 작품 ‘삼총사’를 선보이는 송재정 작가는 ‘순푼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만들어낸 김병욱 사단의 한 명이었다.
작가는 물론이며 시트콤을 만들었던 제작진도 하나둘씩 드라마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인 시트콤의 주역들은 드라마로 자리를 옮기는 아이러니한 상황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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