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멍멍’ ‘야옹’ ‘어흥’ ‘음매’ ‘꽥꽥’…짖는 소리도 각양각색이다. 늘어지게 잠들고 싶은 일요일 오전 9시25분, 오늘도 어김없이 SBS ‘동물농장’ 속 동물친구들은 쉬지도 않고 재잘거리며 시청자들의 유쾌한 아침을 깨운다.
2001년 5월부터 2014년까지 현재까지, 무려 13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요일 오전 시간대를 지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농장’은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동물농장’을 보고 ‘서프라이즈’로 넘어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한 둘 이 아닐 정도로 MBC ‘서프라이즈’와 함께 일요일 오전을 책임지는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애완인구 1000만 명 시대,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주인의 소유물이 아닌 가족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13년의 시간동안 수많은 애완동물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아 꾸준한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은 ‘동물농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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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물농장 캡처 |
매번 다양한 소재와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찾는 ‘동물농장’이지만, 정작 이 같은 모습을 담아내는 제작진의 수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난이도가 높은 촬영 두 가지를 꼽으라면, 아이들 중심의 프로그램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일 것이다. 두 촬영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엄청난 체력과 달리기 실력을 요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통제가 어렵고 제작진이 말하는 데로 ‘착착’ 진행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특히 필요에 따라 야생성이 강한 동물들을 촬영하고 사파리 맹수와 접하는 ‘동물농장’ 제작진의 경우 필요에 따라 일주일이 넘는 장기간의 촬영을 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동물들로 인해 예상 외로 촬영기간이 길어지는 등 변수가 많은 만큼 휴일을 보장하기 힘들 때도 많다. 이와 관련해 ‘동물농장’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이덕건 PD와 만나 제작진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참아야 하느니라’…‘카메라 울렁증’ 걸린 동물들 위한 장시간 촬영은 기본
‘동물농장’ 촬영 중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녹화를 시작하면 끝나는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동물 촬영을 할 때 기다리는 것이 대부분이며, 계획했던 것보다 길어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일상을 담기 위해 관찰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건 사람들 뿐 아니라 동물들도 마찬가지라서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나마 반려동물의 경우는 수월하다.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을 경우 기약이 없을 때도 많다.
“촬영 구성안을 짜고 촬영 구성안대로만 되면 기본적인 스케줄이 나오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다보니 언제쯤 끝날지 예측이 힘들어요. 촬영하면서 지치는 경우가 많죠. 현장촬영을 하는 이들은 더욱 더 그렇고요. 게다가 오랫동안 조용히 관찰하고 기다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들개나, 수리부엉이, 살쾡이 등 야생성이 있는 동물들을 촬영할 때는 더 힘들고요. 농가에 피해를 입힌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사실 확인을 위해 보이지 않게 관찰카메라를 설치하고 숨소리를 죽이며 숨어들지만, 야생동물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분위기나 예지력이 있나 봐요. 위기를 느끼는 감각이 발달해서인지 카메라에 쉽게 잡히지 않아요. 그리고 철수한 날 꼭 상황이 벌어지죠. 그래도 장기간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 점차 어떤 노하우가 생겼어요. 예를 테면 최대한 낯선 사람들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요령 같은.”
사람들과는 달리 동물들은 촬영을 시작한다고 상황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민감한 동물들의 경우 장소를 옮기면 촬영 소재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도 있고, 카메라 의식으로 인해 얼음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이 필요한 것은 동물들과 친해지는 시간이다. 자신들이 두려운 존재가 아닌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촬영을 하든 처음 동물들과 만났을 때 100% 그림이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도 처음 보는 이를 경계하잖아요. 동물들도 똑같아요. 개가 됐든 다른 동물이 됐든 처음에는 먹이를 주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어요. 적이 아닌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처음 만났지만 호의를 가지고 다가가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마음을 열죠. 그때부터 ‘동물농장’의 진짜 촬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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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물농장 캡처 |
◇ ‘동물농장’은 동물구조대가 아니에요, 신고전화는 ‘그만’
‘동물농장’이 전화기는 늘 바쁘다. 동물과 관련된 제보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취재인력은 한정돼 있는 데 하루 걸려오는 전화만 100여 통 이상, 온라인 제보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단순히 제보가 많은 거면 다행이다. 촬영을 돌입하기에 앞서 촬영을 하기 적합한지 아닌지를 추려서 촬영 행선지를 정하는데, 이 촬영 장소는 수도권에서부터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전국 각지에 퍼져있다. 그나마 제보가 사실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실컷 준비해서 갔는데, 사실확인을 하면 과장됐거나 심지어 허위로 제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루에 두 세군데 헌팅만 다니다가 끝날 때도 있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다.
게다가 ‘동물농장’이 동물구조를 다루기도 하다 보니 구조 및 학대와 관련된 신고가 들어올 때도 많다.
“최근에 구조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와요. ‘너무 불쌍해요.’ ‘힘들어요.’ 이런식으로. 그런데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하는 것은 저희가 수의사난 동물 보호 단체와 같은 동물 전문가는 아니라는 거예요. 주변에 지자체나 동물 보호 단체에 요청해야 할 것들도 저희에게 요청하는 거죠. 하지만 저희는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가서 직접적인 조치를 해 줄 수 없어요. 오죽 연락할 곳이 없으니 저희에게 하겠느냐 생각에 관련자와 연결을 시켜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희가 동물구조대는 아니라는 것이죠.”
◇ 감정에 솔직한 동물들, ‘동물농장’ 제작진에 힐링을 전해주다
재미있는 것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동물농장’의 PD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PD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사실 저희 집 아이도 키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저 뿐만이 아니라 식구 각자 자신의 일로 바쁘다보니 집이 비어있을 때가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책임이 필요한 만큼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동물농장’을 하기 이전까지 반려동물에 대해 큰 애정을 보이지 않았던 이 PD이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던 4년 동안의 시간이 그를 많이 바꾸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한 것은 2008년 10월이었어요. 그때 당시 동물을 싫어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죠. 2011년 7월까지 하고 이후 ‘그것이 알고싶다’의 제작을 맡았는데, 그 후에도 ‘동물농장’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11월 ‘동물농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죠. ‘동물농장’의 매력이요? 정말 다양하죠. 그런데 그 중 하나는 진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 부으면 계산 없이 순수하게 돌아오는 동물들의 모습이죠. 동물들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아요. 그 순수함에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제작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커요. 게다가 촬영을 위해 자세히 보다보면, 평소 포착하지 못했던 감정이라든지 느낌이라든지 동물과의 교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
동물들도 사람들 못지않게 모정이라든지 두려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때로는 상대방에 대해 질투하고, 지금은 없는 이를 그리워하며, 심지어는 상사병에 걸리기도 한다. 다만 동물들의 경우 이 같은 과정들을 계산없이 순수하게 드러내며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 같은 감정의 이야기를 느끼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시청자들은 ‘동물농장’ 속 동물들이 전해주는 본성적인 감정에 따뜻함을 느끼는 동시에 동화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흐뭇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화면 속 동물들을 힐링을 얻을 때가 많아요. 그중 가장 기억 남는 동물은 코끼리예요. 코끼리 몸집이 크고 육중하다보니 둔하거나 감정표현이 풍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촬영을 통해 만난 코끼리는 그 누구보다 섬세한 감정을 지닌 동물이더라고요. 작은 일에 즐거워하고, 토라지고, 받은 은혜에는 반드시 보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