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화면 속,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고 도도해 보이는 왕지원의 모습은 친밀함 보다는 쉽사리 친해지기 힘든 차도녀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일까. 대표작 중 하나인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 속 왕지원이 연기한 오세령의 모습은 당당함이 가득했고, 이어진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강세라 역시 초반 사랑보다 자신의 꿈을 택하는 당찬 여성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만나왔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최진혁의 약혼자로 출연을 했었을 때에도 도회적인 매력을 뽐내며, 짧은 시간 속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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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추석 연휴 내내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밝힌 왕지원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예능을 실컷 봤다며 즐거워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냐 물어보았더니 돌아온 답변은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이었다. 이유는 바로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소연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소연언니가 나와서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화면 속 눈물을 흘리는 언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쓰러운 나머지 같이 울었어요. ‘로맨스가 필요해3’ 촬영 당시 사용했던 그룹 채팅창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를 통해서 아직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때로는 웃긴 사진을 보낼 때도 있고, 모두 배우다보니 연기 모니터링을 해 줄 때도 많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는데, 여군을 갔다온 후 소연언니가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언니가 70번 울었다는 말에 장난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 많이 울었더라고요. 보고 너무 마음이 안쓰러웠어요.”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에 맞춰 유치하지만 유쾌한 내용으로 안방극장을 연신 울리고 웃겼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수목드라마 대전에 변수로 작용하면서 뜨거운 화제를 불렀다. 하지만 그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10%대 초반. 일각에서는 체감 시청률과 실시청률이 다르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혹시 시청률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는지 물어보았더니 왕지원은 “정작 배우들을 비롯해 제작진 모두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았다.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유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즐기면서 촬영했었어요. 특히 많은 분들이 장혁 오빠가 매우 진지한 줄만 아시는데, 실제로 만난 오빠는 농담도 즐겨하면서 굉장히 유쾌하신 분이세요. 진혁오빠와는 ‘상속자들’로 만난 적이 있어 원래 친했고요. 극중 나라 언니와 관계가 애매하다 보니 별로 안 친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실제로 많이 친해요. 언니가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시고 장난도 많이 쳐 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왕지원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맡은 역할을 건(장혁 분)과 6년간 열애 후 이제 막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프러포즈를 받기 직전 건이 있는 마카오가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뉴욕 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사랑을 놓치게 되는 세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에서는 건과 미영(장나라 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면서 부각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세라는 무척 불쌍한 인물이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남자친구가 모르는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을 뿐 아니라, 아기까지 생기고, 심지어 그녀를 6년 만난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고 하니 말이다.
“제가 세라라고 생각하니 무척 속상하더라고요. 돌아왔는데 끼어들면 민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미 둘이 너무 사랑을 하고 있는데. 만약 저였다면 그들의 사랑이 운명이라는데, 그냥 포기했을 것 같아요. 제 꿈인 발레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남자에게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만약에 세라와 건이 운명이었다면 달팽이 커플처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시 이뤄졌겠죠. 마음이 아프지만 아무리 오래 만나도 이들은 운명이 아니었던 거죠. 비록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멀리 떠나 ‘내 인연이 아니었나보다’고 정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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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저 역시 일과 사랑을 택하는 점에 있어서 일을 택했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에게 6년간 만났던 믿음이 있었으니 ‘갔다 올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세라처럼 음성메시지 하나만 남기고 떠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마카오라도 들려서 얼굴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저와 세라는 닮은 점이 많지만 그 만큼 다른 점도 많아요. 일던 전 연애에 있어서 쿨해 보이려는 스타일이거든요. 자존심도 강하고, 만약 제 남자친구가 그랬다면 놔 줬을 것 같아요. 사실 상황 가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세라같이 이혼합의서를 내놓으면서 남자를 잡으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세라의 사랑 방식은 저와 많이 달랐고, 그래서 더 그녀가 안쓰럽더라고요.”
최진혁과 ‘상속자들’에서 약혼관계로 만났던 왕지원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남매로 만나게 됐다. 연인에서 졸지에 남매가 된 셈이다. 하지만 둘의 비주얼이 훌륭해서일까, 아니면 극중 달팽이 커플과 이어지지 않은 인물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둘이 남매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 일각에서는 세라와 다니엘을 이어주면 안 되냐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었다.
“재미있는 것이 시청자뿐 아니라 감독님들도 저와 오빠의 투샷이 나올 때마다 ‘연인으로 갔어야 했는데’라며 많이 아쉬워했다는 것이에요. 남매케미 보다 연인케미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언제는 투샷에서 감독님이 저희들을 향해 ‘썸타지 말라고’ 소리치시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남매보다는 연인에 더 가까웠던 거죠. 이후에도 모니터 보다가 큰소리로 ‘안 된다고’ ‘연인이라고’ 당부하시기도 하셨어요. 마지막 회를 보면 다니엘과 세라가 남매인 것을 확인한 뒤 손을 잡고 원효대교 밑을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저희도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이상하지 않아? 다 큰 성인 남매가 손을 잡고 걷기도 하나’라고 하며 의아해 하기도 했죠. 지금 생각하면 나름 재밌는 에피소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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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 조금 속상한 마음도 있기는 해요. 전작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화려한 캐릭터와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게만 보실 것 같아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요. 그런 부분을 깨는 것도 제 숙제인데 쉽게 깨질 것 같지 않다는 것도 걱정이고, 왕지원은 그런 애랑 거리가 멀 수 있는데 ‘원래 저런 성격이야’라고 단정 지으실 것 같아 여러 생각들이 많아요. 이게 참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연락을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죠.”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무사히
“되도록이면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호쾌한 스타일이라든지 여장부 이미지도 좋고, 아니면 완전히 풀어지는 털털한 역도 해보고 싶어요. 액션 연기도 잘할 자신 있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