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아파트 난방비 비리 문제를 폭로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김부선, 연예인이라는 신분의 그녀가 왜 연예계의 모난 돌이 되길 자처했을까.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부지검 정문 앞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오후 4시 진행될 예정이었던 김부선의 난방비 논란 관련 기자회견 때문이다. 김부선은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이 지난 후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등장한 김부선은 생각보다 밝은 미소를 띤 채 취재진 앞에 섰다.
앞서 지난 24일 김부선은 서울 성동경찰서에 출석해 난방비 비리 문제로 주민 A 씨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김부선은 난방비 비리 조사와 관련해 주민 300여 명의 진정서를 제출했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확인 결과 지난해 말 해당 아파트 536가구에 27개월간 부과된 1만4472건의 난방비 중 겨울 난방량이 ‘0’으로 표기된 사례가 300건, 가구 당 난방료가 9만 원 이하인 사례가 2398건인 것으로 적발됐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이 같은 비리를 폭로한 이후 이슈가 되자 김부선이 취재진에게 진실을 밝히고자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심각한 사안임에도 김부선은 “감사하다” “행복하다”는 의외의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렇게라도 아파트 관리비 및 난방비 관련 비리가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는 뜻에서다.
이날 김부선은 “오늘 새벽 엘리베이터에서 관리소장이 사퇴했다는 공고문을 봤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를 사퇴 시키고, 형사처벌을 하고, 망신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말 궁금한 점이 많았고, 공동주택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보호를 하고, 잃어버린 따뜻한 생활을 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폭로를 시작한 이유를 전했다.
이어 그녀는 “나는 50대다. 불과 물에 민감하고, 전기와 가스를 많이 아끼고 있다. 그런데 사건이 드러났을 때 관리소장만 사퇴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발 빠르게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다”며 아파트 관리비 비리, 난방 비리 등과 더불어 폭력 사건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11년 전부터 이러한 비리에 대해 알려왔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폭력사건으로 알려졌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 된 것에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의 잘못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김부선은 “고(故) 장자연 사건으로 인해 재판을 받던 11월, 계량기가 고장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각 달려갔다. 그런데 소장이 20만 원을 주고 계량기를 고치지 말고, 그냥 쓰라고 하더라. 그 당시에는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며 “단 한 번의 실수였다. 이 실수를 가지고 ‘직접 나와 해명하지 않으면 여과 없이 방송으로 내보내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본인의 과오를 털어놓으면서 굳이 나서서 이 같은 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일 수 있다. 더구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오히려 “연예인이라서” 이 같은 결심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부선은 “냄비근성이라고 하지 않느냐. 뜨거울 때만 관심을 보이지 말고 끝까지 투명한 세상을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연예인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서민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파급력이 있고,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연예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억울한 사람들, 약자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 |
↑ 사진=곽혜미 기자 |
그렇게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내비치고 자리를 회견을 마친 김부선은 이날 재판을 마친 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다시 한 번 취재진 앞에 섰다. 그녀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마저 하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부선은 “관리사무소가 교도소보다 폐쇄적이다.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한다. 내 주장은 간단하다. 쓴 만큼만 내자는 것이다. 집을 팔고 떠날 생각도 했지만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싸우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취록이나 비리와 관련한 증거 제시 요구에 그녀는 “죄송하지만 솔직한 내 심경은 아무도 믿고 싶지 않다. 내가 겪어온 대한민국 언론과 힘 있는 기득권 경찰은 내 편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에서도 이를 공개하길 원했지만 그들의 뜻에 응하지 않았다. 재판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또 그녀는 “정부에서 주민들 일이라고 ‘개입하지 말자, 주민들이 자치 해결하자’고 한다. 신고를 안 해서 문제가 되고 신고를 해도 시정도 안 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서로를 감시하고, 토론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 돈을 감시를 못 한 거다. 정직함이 가장 빠른 사교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부선은 “고소를 할 생각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끝까지 싸워서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강한 입장을 피력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