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세희(신은경 분). 그러나 측근의 배신으로 아버지와 막대한 재산을 잃고 복수를 꿈꾼다. 화류계를 전전하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던 세희는 사채업계의 큰 손 인호(이기영 분)의 도움을 받고 날로 성장한다. 인호의 수하인 용훈(강지섭 분) 역시 조용히 세희를 돕는다. 마침내 자신을 이 길로 안내했던 측근을 만나고 숨겨둔 복수의 칼날을 꺼내들었다. 조용히 그리고 계획적이게. / ‘설계’
[MBN스타 여수정 기자] “너무 아쉽고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에 욕심 내지 않으려 했다”
배우 강지섭의 너무도 솔직한 영화 ‘설계’ 평이다. 보통의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이처럼 솔직하게 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강지섭은 꾸밈없이 이야기를 내뱉으며 대중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고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기에 더 궁금할 수밖에.
강지섭의 첫 스크린 데뷔작 ‘설계’는 냉혹한 사채업자의 치밀한 설계와 복수의 과정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에서 그가 맡은 용훈 역은 인호의 부하이자 세희의 부하이다. 맡은 배역과 포스터, 예고편 속 강지섭의 모습이 활약을 예고하고 있어 빛날 것 같았지만 아쉬움만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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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디자인=이주영 |
“시나리오 자체에는 완성본보다 대사가 적었다. 그러나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에 욕심을 안 내려고 했다. 나름대로 첫 스크린작이라 비주얼로 나가볼까 했는데 모르겠다. 감독님에게 나의 의견도 이야기해봤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내가 맡은 역이 강한 액션을 취한다기보다는 너무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고 임팩트가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액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면 임팩트가 강했을 텐데 아쉽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쉬움이 큰 ‘설계’가 나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계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
사실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면 누구라도 강지섭이 ‘청일점’으로 활약할 것만 같다. 팜므파탈로 분한 신은경과 오인혜 곁에서 강지섭은 완벽한 비율을 뽐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예고편에서도 역시 대사는 없지만 검정 슈트를 입고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모습이 중간 중간 등장해 믿음직스러운 부하로서 존재감을 다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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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그러나 예고편 속 모습이 정말 강지섭의 모습 대부분이다. 오인혜와 이기영도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너무도 아쉽다. 특히 강지섭은 신은경의 곁에서 강한 한 방을 보일 듯 말 듯 고난도 밀당(밀고당기기) 중이기에 다른 배우보다 더욱 아쉬움이 크다.
“나 역시 ‘설계’ 속 나의 모습이 정말 아쉽다. 난 사실 이때까지의 출연작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늘 내 연기에 부족함을 느꼈다. 만족을 못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배우는 만족하면 끝이라 생각한다. ‘루시’에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최민식 선배의 말을 듣고 놀랐다. 선배님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내가 만족한다니 말이다. 이번작품이 아쉬움이 남기에 다음 작품에서 더 이를 갈 수 있을 것 같다. 더 악착같이 연기할 예정이다. (웃음) 그동안 내 출연작 중 나름대로 열심히 한 작품이 ‘여제’라는 작품인데 케이블이기에 시청률은 저조했다. 그러나 극중 내가 맡은 정혁은 정말 좋아하는 배역이었고 연기하는 내내 행복했다. 묵묵하고 수컷 냄새난다는 점에서 용훈과 비슷했기에 ‘설계’ 속 모습에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설계’ 속 자신의 모습과 연기에 대해 격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는 단순히 아쉬움이 아닌 연기에 대한 강지섭의 욕심이다. 틀에 맞춘 완벽은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배우로서의 자세도 보였다.
“흥행보증수표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강지섭은 포털 사이트 속 ‘설계’ 평점을 찾아보고 좌절했다고 쿨하게 밝히며 다음 작품에서는 꼭 만족을 주겠다고 말 그대로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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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