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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단 한 명의 생존자를 살리지 못한 죄인이다. 이 영화의 완벽성이나 완성 정도, 영화로의 성취 등에 대해 손톱만큼도 주장하고 싶지 않다.”
이상호 기자는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우동 CGV 센텀시티에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화제가 ‘다이빙 벨’ 첫 상영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기자는 “팽목항에 가서 진실이 묻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대로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재일교포 차별 등의 소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온 안 감독과 함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다이빙 벨, 특히 구조 실패와 관련해서는 중요하므로 영상 확보에 노력했다.
‘다이빙 벨’은 MBC 해직기자 출신으로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을 중계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다큐멘터리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작품. 세월호 사건 당시, 잠수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장치인 다이빙 벨 투입 논란의 경과를 재구성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을 짚어보는 내용이다. 앞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가 “일방적인 시선”이라며 상영 취소 요구를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화는 정부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주도로 진행된 다이빙 벨 투입을 막고, 성공을 바라지 않았다는 내용을 주장한다. 배후 세력, 특히 정부가 무능함을 넘어 ‘고의적 살해’까지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언론이 정부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는 시각도 강조된다. 다만 문제제기를 한 반대 측 의견은 잘 담기지 않았다.
이 기자는 “정부가 얼마나 소통 능력이 없으면 국민을 도탄에 빠뜨릴 수 있는가가 드러난 것”이라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생존자들을 구해야 했다. 진실이 이 영화를 통해 밝혀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 “언론은 구조 실패가 청와대에 타격이 있을까를 걱정했다. 이번 정권에서 일정 지분을 갖고, 잘못된 주인됨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그는 일반인 유가족들이 상영을 반대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들도 슬픔에 빠져있다. 경황이 없어 그럴 것(상영 반대)으로 생각한다”며 “진실을 밝히는 데 함께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이 영화로 만들어질 때 이종인 대표 주변에서는 만류한 분들이 많았다. 6개월 동안 사기꾼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다시 문제가 제기됐을 때 논란의 중심에 서고, 언론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해 협조를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와이드 앵글 부문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초청된 ‘다이빙 벨’은 6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상영된다. 아직 공식 개봉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기자는 “어쩌면 대한민국 극장에서 불편한 진실을 목격할 마지막 기회가 부산국제영화제였다고 생각한다”며 “10월 말까지는 개봉을 위해 제작사, 프로듀서가 뛰고 있다. 여러분이 함께 영화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할 수 있다면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으나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안해룡 감독과 이상호 기자는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 또 영화 ‘다이빙 벨’에 이어 진실과 치유를 담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 상영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앞서 부산영화제 측은 “19회를 이어오는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다. 그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라며 예정대로 ‘다이빙 벨’ 상영을 했다. 충돌이 예상돼 영화제 측과 CGV 측은 안전요원과 경찰을 대기시켰으나 충돌은 없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