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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민국, 만세가 ‘나는 너다’를 본다면요? 아마 20년은 더 있어야 이 연극의 의미를 알 걸요? 하하하. 그땐 ‘아빠 자랑스러워요’라는 말을 듣고 싶네요.”
송일국은 연극 ‘나는 너다’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함께 외출 한번 하는 것도 전쟁인 세쌍둥이 아빠 송일국. ‘송국보트’와 ‘송국열차’를 밀고 당기며 육아에 힘쓰고 있는 슈퍼맨 송일국이 안중근 의사와 그의 아들 안준생(1인2역)으로 분해 관객과 만난다.
11월 27일부터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근의 가족사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가족관계요? 처음에는 같은 후손의 입장에서 이걸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익히 알려졌듯 안준생은 안중근의 아들로서 친일 행각을 했잖아요. 하지만 그를 지켜내지 못한 것도 우리의 책임 아닐까요? 태어나서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이, 아들이라는 이유로 열 살 때 고문도 당했죠. 안중근의 업적은 바라보되 그 이면에 가족들의 고통도 숨어 있다는 겁니다.”
송일국의 외증조부는 김좌진 장군, 외조부는 김두한인 사실은 너무 유명하다. 그는 “사실 창피하다”고 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이 시대를 자랑스럽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안준생 역이 더 부담이었다. 자신과 반대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준생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부담이었습니다. 외할머니에게서 힌트를 얻었어요.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김두한) 이야기를 절대 안 했다고 들었어요. 심지어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고···. 지긋지긋했던 거겠죠. 이처럼 국가적 영웅의 가족들은 어땠을까 생각해봤어요. 원수 같지만 그래도 가족이니까. 안준생의 시각으로 우리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다음 문제는 연기였다. 이 또한 가족의 힘을 빌렸다. 그는 “만만한 게 엄마”라고 했다. 하지만 ‘강남은 김을동, 강북은 강부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어머니 김을동은 ‘선생님 배우’로서 영향력이 컸다. 특히 아들에게는 더 엄격했다. “대본이 하늘을 날아다닐 정도”로 혼나면서 연기를 배웠다.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배웠습니다. 이전까지는 겉모습에만 치중했어요. 내면은 없고 작품은 산으로 가고. 하하. 연극 덕분에 연기에 대한 갈망이 생겼어요. 그래서 어머니를 애타게 찾게 된 거죠. 어머니도 후배들에게 하는 것보다 훨씬 엄하게 하더라고요. 제가 철들고 연기에 눈을 떴다고 해야 하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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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생은 ‘구천을 떠도는 모습’입니다. 지칠대로 지친 영혼이죠. 처음에는 힘없는 척 연기를 했어요. 돌이켜 보면 형편없어요. 그런데 마지막 순간 느낌이 ‘팍’하고 온 거예요. 게다가 초연 때는 ‘삼둥이’가 없었지만 이제 아빠가 됐기에 부성애도 생겼어요. 초연 때의 ‘날 것 그대로’인 에너지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더 나은 감정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일국은 초연을 마친 직후 세쌍둥이를 얻었다. 그는 “초연 때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며 “여러 소원 중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것이 ‘안 장군(송일국)이 아이를 소망하는데 꼭 갖게 해주세요’였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그렇게 대한·민국·만세를 얻었다. 송일국은 “기도가 얼마나 셌으면···”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지난 20일부터 6일간 송일국은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라 백두산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여행이었다.
“13년째 대학생들과 백두산 국토대장정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학생으로 다녀왔어요. 강의를 들으며 많은 걸 배웠죠.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상, 안중근 의사의 의거지(하얼빈역), 복원된 명동학교(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시, 시인 윤동주 배출) 등을 보면서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
‘송도의 성자’ 송일국은 삼위일체를 체득했다. 역사적 인물의 후손이자 아빠, 그리고 배우로 살고 있다. 완벽해 보이지만 그는 스스로 허점을 드러냈다.
“제가 ‘성자’라면 대학 4수를 왜 했겠습니까. 세상 사람 다 속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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