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왕’ 김원호…그러나 오직 이미지만?

[MBN스타 여수정 기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 등에 출연해 ‘시크함’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배우 안재현이 영화 ‘패션왕’을 통해 스크린 신고식에 나섰다. 전작에서 보였던 시크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과 강렬한 인상 덕분에 영화 속 그의 모습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하지만 충분히 돋보이는 배역을 맡았음에도 빛나지 않아 아쉽다.

안재현이 열연한 ‘패션왕’은 간지에 눈뜬 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기안고 빵셔틀 우기명(주원 분)의 인생을 건 도전을 담았다. 극에서 그는 돈, 성적, 외모, 인기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기안고 황태자 김원호 역을 맡았다. 소위 말하는 완벽남이자 주인공 기명과 라이벌 구도를 보이며 ‘간지 배틀’을 펼쳐야 되기에 내면 연기는 물론, 비주얼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캐릭터다.

↑ 사진=MBN스타 DB

때문에 원호 역에 안재현이 캐스팅 됐을 땐, 이미 동명의 웹툰 소설 속 원호와 100%의 싱크로율을 보인다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모델 출신이기에 완벽한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할 것만 같았다. 기대치는 점점 높아져만 갔고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와 예고편 속 그의 모습은 이미 원호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직 ‘비주얼적으로만’ 원호였다.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첫 등장하는 ‘패션왕’ 속 원호. 시크한 눈빛과 행동을 강조하며 나타났기에 시작은 좋았고, 이미 캐릭터에 대한 모든 것이 원작 웹툰을 통해 공개됐기에 어떻게 배역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는 관심사였다. 하지만 등장하는 비중과 내뱉는 대사량이 많아질수록 점점 어색해지고 그나마 높았던 싱크로율 비주얼마저 균형을 잃었다.

흔남에서 훈남으로 변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기명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순간의 눈빛과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진심, 혼자만의 상처 등을 연기할 때는 꽤 괜찮았다. 그러나 순간 일 뿐, 그저 비주얼적으로만 훌륭하다.

사실 ‘별그대’ ‘너포위’ 속 안재현은 대사보단 순간의 등장과 시크함이 주 무기였다. ‘별그대’에선 천송이(전지현 분)의 동생 천윤재로 시니컬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당시에도 대사보단 이미지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너포위’도 마찬가지. 신비로운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왔고 말보단 행동 하나하나가 여심을 자극하며 눈길을 끌었다.

↑ 사진=포스터

이번에도 이미지적으로는 훌륭했지만, 순간의 등장과 비주얼만을 강조했던 전작과 달리 주인공격으로 자주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 어색한 듯싶다. 물론 오글거리는 대사의 연속과 오직 원호를 멋지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의 연속이 억지스럽다. 그러나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과 오글거림도 하나의 좋은 감정으로 순화하는 ‘안재현의 효과’는 칭찬받을 만 하다. 단지 첫 스크린 데뷔작에서 연기가 아닌 줄곧 이어온 이미지 강조만을 중심에 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더욱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안재현보단 ‘해적-바다로 간 산적’으로 이미 스크린 데뷔를 마친 에프엑스(f(x)) 설리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졌고, 영화를 연출하다 배우로 신고식을 치를 신주환이 반짝거린다. 설리 역시 아직 부족하지만 전작보다 연기 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인 셈이고, 신주환은 ‘패션왕’ 출연진 중 웹툰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이미지, 연기력 모두 언급할 여지없이 완벽하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