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아침드라마의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과격한 리액션과 막장 요소다.
TV화면 위 한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설거지를 하는 여성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냅다 따귀를 때린다. 갑작스레 따귀를 맞은 여성도 반격을 가하고 이들은 따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볼이 빨개지도록 서로를 때린다. 그리고 이 싸움을 시작한 여성은 머리를 싸매며 괴성을 지른다. 이내 등장하는 것은 소화제. 이는 다름 아닌 아침드라마를 소재로 한 광고다.
광고에 활용될 만큼 아침드라마의 특징은 도드라진다. 배우들의 액션이 크고 불륜, 고부 갈등 등의 막장 요소가 다른 시간대의 드라마보다 더욱 과격하게 진행된다. 이에 몇몇 장면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고, 배우들이 화제가 되는 등 이목을 끌었다.
↑ 사진=모두 다 김치 방송 캡처 |
특히 ‘라디오스타’에서는 ‘어머님들의 엑소’라는 이름으로 아침극과 일일극에서 활약 중인 배우 원기준, 이규한, 오창석, 고세원이 연기 비법을 전수했다. 고세원은 “엔딩 장면에 공을 들인다. 다음 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고, 원기준 또한 “무조건 더 놀라야 하고, 더 화내야 한다. 주부님들이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우리의 소리에 놀라 TV 앞으로 뛰어올 만큼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침드라마는 왜 이토록 과한 리액션과 극성이 강한 요소들을 선호할까. SBS ‘청담동 스캔들’을 연출하는 정효 PD는 “아침드라마는 ‘보는 드라마’ 보다는 ‘듣는 드라마’”라고 특징을 정의했다. 그는 ‘청담동 스캔들’의 배우 캐스팅에 목소리를 가장 중점적으로 봤다고 밝히며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 시청자들이 무슨 상황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려면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담동 스캔들’의 주연 장서준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중문은 “아침 시간대는 모두가 바쁘다. 다른 시간대의 시청자들과는 달리 아침드라마 시청자들은 청소를 하거나 밥을 먹는 등 주로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드라마를 시청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로 이들의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하며 아침드라마 속 인물을 연기하는 노하우를 전했다.
KBS1 TV소설 ‘일편단심 민들레’를 연출 중인 신창석 PD는 아침드라마에 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주부 시청자들은 (다른 요소보다)스토리에 집중하고 이를 다른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드라마의 요소들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주부 시청자라는 특정층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욱 장르적 특징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신 PD는 “서로 경쟁적으로 강한 요소들을 집어넣는 드라마 시장의 영향도 크다”라며 “사실 막장 요소가 시청률의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바는 모든 드라마에 살인, 치정 등 상상 이상의 막장 요소들이 포함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2013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수출, 시청률 70% 가까이에 이르며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드라마가 전하는 가족의 정과 소소한 행복에 대한 메시지가 관통한 것”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얼마 전 첫 전파를 탄 MBC ‘폭풍의 여자’를 연출하는 이민수 PD 또한 제작발표회에서 “아침드라마라고 무조건 막장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등 현재 아침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제작진들은 ‘아침드라마=막장’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다소 천편일률 적이었던 예전과 달리, ‘듣는 드라마’인 아침극의 특성을 살리고 각자만의 개성을 지닌 다양한 아침극들이 탄생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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