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나영석, 김태호, 남규홍 이 세 사람은 한때 각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하는 스타 PD였다. 이후 지난 2012년 12월 나영석 PD가 KBS에 사표를 내고 CJ E&M으로 이적하면서 그 영역이 케이블채널까지 넓어졌지만 이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하다. 무엇보다도 눈여겨볼 만한 건 세 사람 모두 ‘방임주의’ 연출 스타일을 지녔다는 점이다. 방송계 대표적인 스타 PD로서 이들의 색깔을 MBN스타가 진단했다.
◆ ‘방임’ 나영석, 자유를 허하라…편집으로 승부수
CJ E&M 나영석 PD는 자유의 아이콘이다. 패널들을 편하게 풀어주며 이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에서 웃음 코드와 재미를 뽑아낸다. 소재도 이들의 자유로운 행동이 잘 나타나는 ‘여행’에 주목한다. 출연진은 그저 평소처럼 말하고 놀면 되고 그 방향성에 관한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강호동, MC몽,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등 기막힌 조합과 야생 버라이어티라는 구성으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던 KBS2 ‘1박 2일’은 그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지루한 전개를 막기 위해 중간중간 ‘복불복’ 형태의 게임을 넣어 제작진과 교류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 멤버들이 여행하며 보고 느끼고 맛보는 것에 집중하며 분량을 채워나갔다.
‘꽃보다’시리즈와 ‘삼시세끼’는 이보다 더 자유로워진 형식을 띄고 있다. ‘1박2일’과 달리 게임이나 제한 없이 ‘특정 여행지를 꼭 가야만 한다’ 혹은 ‘꼭 세끼를 직접 해 먹어야 한다’는 큰 테두리 안에서 출연진이 마음껏 뛰놀게 하고 있다. 이런 장치는 엄격한 시아버지의 대명사였던 이순재가 농담을 던지고 백일섭이 막내로 전락해 재롱을 부리는 상황을 빚어낼 수 있었고, ‘차도남’ 이서진이 구시렁대며 아궁이에 불 때는 재밌는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대신 중간중간 자막이나 BGM을 훌륭하게 선택해 기폭제로 활용한다. 나PD에게 편집의 힘은 그만큼 중요하다.
나 PD는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이 최근 내놓은 책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에서도 “즉흥성, 재미, 사람 냄새 나는 것, 정, 감동, 흔한 말로 리얼리티라고 하는 진정성을 좋아한다”며 “리얼이라고 연출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다. 대본도 없고 미션도 거의 없지만 대신 보이지 않는 자극을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디자인=이주영, 사진 제공=SBS, MBC, CJ E&M |
◆ ‘방임’ 김태호, 예능계 수정자본주의…기획으로 승부수
여러 우물을 파서 자신만의 색을 만든 나 PD와 달리 김태호 PD는 MBC ‘무한도전’이란 한 우물만 계속 파서 샘이 솟게 만든 스타일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논스톱4’ ‘코미디하우스’ 조연출로 지내면서 익힌 코미디 감각이 큰 영향을 끼쳤다.
김태호 PD의 스타일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기획력’이다. 그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처럼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하하, 정준하 등 멤버들을 풀어놓는 듯 하지만 에피소드마다 부제가 붙듯 늘 계획된 장치 속에서만 촬영이 이뤄진다. 장소는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스튜디오나 빌딩숲, 한강, MBC 신사옥이든 상관없다. 장소보다 이 곳에서 지켜야하는 룰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 그의 치밀한 연출 스타일 덕분일까. 2년마다 개최되는 ‘무도가요제’는 음원 출시마다 기성 가수를 이기고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고, ‘무도 응원단’ ‘무도 달력’ ‘못친소’ 등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김태호 PD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매주 다른 아이템을 찾는 일은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번은 충남 태안에 어린이도서관을 지어 기증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두 달간 찍었던 적도 있었다”며 치밀한 기획가로서 면모도 보였다.
◆ ‘방임’ 남규홍, 콜라보를 노려라…무경계가 승부수
SBS 남규홍 PD는 교양 시사 프로그램 전문이지만 그 안에 예능 요소를 적재적소에 넣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 역시 교양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을 방임하면서도 예능 요소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뤄내 ‘남규홍표’ 색깔을 빚어냈다.
예능과 교양 사이에서 ‘무경계’를 추구하는 남 PD의 스타일은 지난 2011년 시작한 ‘짝’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대한민국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기준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애정촌’이란 상상 속 공간을 설치해 일반인 남녀의 묘한 관계를 관찰했다. 독특한 설정과 스펙, 외모 모두 수준 이상을 자랑하는 일반인 출연진으로 이 방송은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교양 프로그램임에도 최고 시청률 9%(닐슨코리아 집계, 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놀라운 성적을 이뤄냈다.
남규홍 PD는 최근 진행된 S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