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해를 되짚어보면 한국영화의 선전이 유난히 빛났다. 비록 ‘인터스텔라’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퓨리’ ‘헝거게임-모킹제이’ 등 외화 때문에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영화를 향한 대중의 애정을 느낄 수 있던 해였다.
다양한 영화가 대중을 자극한 만큼, 영화계에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해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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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디자인 이주영 |
2014년은 유독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무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해였다.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과 함께 어린이들만 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애니메이션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애니메이션의 재발견을 증명했다.
2014년 1월19일 새벽 12시 57분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괴물’(1301만9740명) ‘도둑들’(1303만227명) ‘7번방의 선물’(1280만7677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9542명) ‘왕의 남자’(1230만2831명)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6735명) ‘해운대’(1139만 명) ‘실미도’(1108만1000명)의 뒤를 잇는 한국영화 사상 아홉 번째 천만관객 작품이다.
1월부터 한국영화에서 천만 관객 작품이 탄생해 시작부터 순조로웠다. 덕분에 배우 송강호는 충무로 속 빛나는 존재감을 강조했고, 신인이던 양의식 감독과 임시완은 ‘천만’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충무로의 양념 같은 오달수 역시 흥행보증수표로 인정받았다.
2014년 3월2일 오전 11시 20분 ‘겨울왕국’이 천만 관객을 기록하며 올 해 두 번째 천만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애니메이션 사상 첫 천만 기록이라 이 같은 쾌거는 의미가 깊었고,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편견을 단숨에 깨부쉈다.
‘겨울왕국’의 흥행으로 OST ‘렛 잇 고’가 곳곳에 흘러나왔고, 너도나도 ‘엘사앓이’를 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만들었다. 각종 온라인상에도 ‘렛 잇 고’ 패러디, 엘사 화장법 등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두 편의 천만 영화 탄생이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4년 8월10일 ‘명량’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사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순신을 스크린으로 끄집어낸 김한민 감독의 연출력과 최민식표 이순신, 그 어디에서도 조명하지 않은 아들 이회 등장의 신선함, 장군과 아버지, 아들 사이에 서 있는 이순신, 끈질긴 민초의 의지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이순신 장군의 영향력은 천만에서 멈추지 않고 쭉쭉 뻗어 나갔다. 1761만1691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스코어로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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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8분,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팽목항에서 침몰했다. 한 순간에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기에 대중들은 물론 연예계까지 큰 충격에 휩싸였고, 애도의 물결이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 하는 상황. 애도의 물결은 극장가에도 이어졌다. 기자간담회와 제작보고회, 인터뷰 등을 사전 준비했었던 ‘역린’ ‘인간중독’ ‘표적’ ‘도희야’ ‘우는 남자’ ‘몬스터 왕국’ ‘슬기로운 해법’ 등은 계획된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레드카펫을 취소했고,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역시 기자회견과 준비된 행사들을 취소했다. 이는 애도를 표하기 위함이었다.
미리 준비되었던 모든 영화 관련 행사들이 줄지어 취소되면서 잘 나가던 극장가가 잠시나마 침체기를 맞았다. 비록 극장가는 잠시 주춤했지만, 희생자를 향한 국민의 마음이 모여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 ‘명량’ 등 바다를 중심으로 삼은 기대작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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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애도가 끝을 보일 때 쯤, 이를 소재로 삼은 ‘다이빙벨’이 집중 조명되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다이빙벨’은 진도 팽목항 세월호 침몰한 사고 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이빙벨’을 향한 논란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까지 뒤흔들었다. 본래 ‘다이빙벨’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 GV(관객과의 대화)까지 예정됐던 상황. 이에 앞서 영화제 초청 만으로도 논란이 가득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는 이같은 소식에 언짢은 반응을 보이며 상영 취소 입장을 영화제 집행부에 전달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 상영 취소는 30년 된 맛 집에서 육수의 어떤 재료를 빼달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영화제 측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는 사실 상 공식 상영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영화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예정대로 공식 상영은 물론 GV까지 진행할 것이라 알렸다. 상영 당일 전 좌석이 매진됐고, GV에도 수많은 질문이 오가며 영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마친 ‘다이빙벨’은 2014년 10월23일 극장 개봉을 시작했다. 비록 적은 상영관이었지만 영화제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매진을 기록했다. 28개 관으로 시작했지만 30개관까지 수를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멀티플렉스는 ‘다이빙벨’을 철저히 무시하며 대중들의 보는 자유와 선택할 자유를 제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다이빙벨’은 4만6266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고, 12월8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대책위, 국회의원들의 공동주최로 국회 특별상영회도 진행했다.
시작은 격하게 요란했지만 나름대로의 관심을 모으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 송혜교의 험난기?…시작은 탈세 논란 끝은 ‘두근 두근 내 인생’.
오랜만에 신작 ‘두근 두근 내 인생’으로 스크린 복귀를 앞두었던 송혜교가 때 아닌 탈세 논란으로 언론은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탈세 논란에 대해 송혜교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대중들은 차가웠다. 결국 ‘두근 두근 내 인생’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그는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영화 홍보에 대한 말을 해도 모자랄 시간을 쪼개 대국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의 무지에서 벌어졌음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묵묵부답이 아닌 정면돌파로 대중에게 다가간 점은 높이 살만했다. 하지만 시작이 안 좋아서였을까. ‘두근 두근 내 인생’은 기대만큼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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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이 극장가를 장악하던 가운데 배설 장군의 후손들이 극중 배설 장군 표현 부분이 왜곡됐음을 주장했다. 이때부터 ‘명량’ 측과 배설 후손들의 조용한 싸움이 시작됐다.
2014년 8월14일 배설 장군의 후손들은 극중 배설 장군의 표현에 대한 문제점을 전해 듣고 확인 차 영화를 관람했다. 그 후 16일 허구와 왜곡을 느낀 후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했다.
31일 쯤 ‘명량’에 대한 기사를 접한 후손들이 각 언론사에 이메일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9월2일 후손들의 입장이 보도됐다. 왜곡과 허구를 강조하는 후손들의 말에 ‘명량’ 제작사 측은 “영화는 영화로 봐 달라. 직접 상영중단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후손들에게 피해줄 생각은 없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5일 제작사의 입장이 적힌 기사를 접한 후손들은 국민신문고에 ‘명량’ 상영중지를 청원하는 민원서를 제출했다. 10일이 지난 15일. 배설 후손들은 제작자와 작가 등을 형사 고소했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자신들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전했고, 제작사 (주)빅스톤픽쳐스 측은 “좀 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아무런 해결방안을 전해 듣지 않은 후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계속 알렸다. 제작사 측 역시 “이 모든 상황을 오직 기사로만 접했다.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후손과 제작사 측의 엇갈린 입장에 대중들은 당황한 채 어떻게 해결될지 만을 기다렸다.
17일 제작사 측은 빠른 시일 내에 공식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고, 18일 후손들은 20일날 전체 비상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20일 예정대로 후손들은 전체 비상총회를 진행, 민사소송과 의견 보류 중 하나를 선택했다.
서로의 입장을 교류하지 못한 가운데 22일부터 10월31일까지 ‘명량’은 대규모 군부대 순회 무료 상영을 시작했고, 이에 후손들은 국방부장관 앞으로 상영 중지 민원을 신청했음을 밝혔다.
다양한 입장은 오갔지만, 이 역시 제작사와 배설 측이 만나서 언급된 게 아닌 오직 언론을 사이에 두고 오간 말들이다. 결국 ‘명량’ 제작사와 배설 후속들의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로 끝이 났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