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식(食).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은 단순하게 ‘한 끼를 때우는 것’보다 ‘잘 먹는 것’ 혹은 ‘맛있게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식 문화’가 중요해졌음은 TV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각종 요리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듯 다른 포맷으로 방송 중이며, 셰프들의 인기가 급부상했다. 이같은 ‘식 문화’는 TV라는 매스 미디어를 뛰어 넘어, 개인의 생활 속으로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SNS를 통한 ‘식 문화 전파’가 바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개인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레시피를 공개 중인 ‘호경아’는 꽤 유명한 블로거다. 그의 활동명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할 경우, 그와 관련된 요리가 자동으로 검색될 만큼. 2010년부터 ‘호경아의 부엌의 난’이라는 블로그에 레시피 연재를 시작한 호경아. 그를 만나 솔직한 ‘부엌의 난’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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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이 김호경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절 부를 때 보통 ‘호경아’라고 하죠. 전 그 말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호경아’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어요. 부엌의 난은…. ‘난장판’이라고 할 때 쓰는 그 ‘난’이에요. 누구나 요리를 하면 엉망진창, 난장판이 되잖아요. 거기서 유래된 것이죠.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이름이었죠”
본인만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블로거는 현재 과포화 상태다. 그러나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지금만큼 성행하지는 않았던 것은 사실. 그 누구도 ‘먹방’에 집중하지 않았던 2010년, 그가 자신만의 공간을 가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레시피 공개’라는 이름은 사실 너무 거창해요. 제가 블로그에 요리를 올리게 된 이유는 자료 저장이 가장 큰 목적이었거든요. 사실 처음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어요. 자주 이용하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레시피를 업로드 한 후, 제 블로그에 스크랩하는 식으로 했어요. 그런데 그 개수가 하나둘씩 늘어나다 보니 자료를 검색하는 것이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보관창고 개념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어요”
호경아는 자신의 블로그를 ‘보관창고’라고 말했지만,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블로그는 ‘요리 보물창고’였다. 그의 누리꾼들은 꾸준히 그의 블로그를 애용하며 호경아가 만들어내는 ‘부엌의 난’을 사랑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대해 ‘파워 블로그’가 절대 아니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블로그를 찾는 이들 역시 ‘아는 이들만 찾는 것’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그의 블로그는 적게는 수백 개부터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는 곳이었다.
그 속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부터 특별한 날에 먹을 수 있는 요리 등 다양한 레시피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였다.
“가끔 보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라고 하면서 엄청난 재료를 꺼내 요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정말 구하기 쉬운 재료, 혹은 그 재료가 없다면 대용할 수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블로그를 보는 분들이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요리 과정을 정말 상세하게 촬영해요. 사진을 잘 찍지 못하더라도 일단 꼼꼼하게 촬영하는 게 우선이죠. 요리에 어느 정도 감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두 개의 과정을 빼더라도 다음 단계가 가능한데, 요리에 전혀 감이 없는 분들에게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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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이라든가 식기와 관련해 협찬 문의가 들어온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협찬을 받게 되면 그 것들에 대해 다시 리뷰를 써야 해요. 그리고 제품이 좋지 않았더라도 ‘좋았다’고 써야 하죠. 전 그런 식으로 거짓을 말하기는 싫었어요. 딱 한 번 협찬을 받은 것은 어느 개그맨이 출시했던 라면이었어요. 정말 라면 한 박스만 받고 끝났어요. 무조건 좋다는 평도 쓰지 않고,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고요”
어느덧 4년. 지금 현재는 잠시 업로드를 멈춘 상태이지만 그는 꽤 오랜 시간동안 블로그를 통해 대중과 호흡했다. 때문에 그가 블로그라는 공간에 대해 가지는 생각도 남다를 법.
“블로그의 좋은 점은 위에서 말했듯이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보관된다는 것이에요. 차곡차곡 쌓여있는 글들을 보면 ‘내가 시간 낭비를 한 건 아니구나’라고 느껴요. 그리고 식당에 단골 손님이 생기듯 블로그에도 단골 방문자가 있어요. 그들이 꾸준히 제 블로그에 찾아와 남기는 코멘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이 점들은 분명한 ‘득’이죠. 그리고 제 요리나 제 블로그 글에 대해 보완, 지적해주는 분들 역시 많아요.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제 블로그와 전혀 관계없는 내용의 악플이라든가, 요리를 올리기 때문에 따라오는 악플 ‘이렇게 먹으면 살 안쪄요?’ ‘사진 진짜 거지같네’ 등의 글은 블로그 운영에 대한 고민을 불러와요”
요리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일까. 그를 직접 만나기 전 그가 요리와 관련이 있는 곳에서 근무 중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호경아는 요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하고 있었다. 글을 쓰며 자신의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 요리르 직업으로 삼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글 읽고, 쓰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죠. 글 쓰는 직업은 제게 ‘꿈의 자리’였어요. 요리를 좋아했지만 그 것들을 갈아치울 만큼 요리에 열정을 가지진 않았어요. 요리는 그냥 제게 ‘취미’였죠. 그리고 취미는 취미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했기에. 다만 요리와 관련된 글을 써보고 싶긴 해요.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취미와 직업을 결합하는 것이죠”
요리는 그에게 취미였고, 또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온라인은 물론 실생활에서도 그의 요리 실력은 친구들을 비롯한 지인들에 꽤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호경아는 이와 관련해 “대학교에서 MT나 행사가 있을 때 저희 과 친구들은 단 한 번도 과자에 술을 마신 적이 없어요. 제가 늘 이것저것 안주를 만들었거든요. 제 친구들도 가끔씩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싶다고 할 때가 있죠”라며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단순히 자료를 저장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덧 요리는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중이지만 그는 멀지 않은 시간에 블로그의 업데이트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약간의 변화도 가미될 예정.
“블로그는 꾸준히 할 거에요. 내가 지내는 환경이 변한다면 그 변화에 맞춰 블로그도 바꾸어 나가는 거죠. 아이 엄마가 된다면 이유식 레시피를 올린다거나? 제 블로그를 꾸준히 사랑해주신 분들과 함께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블로그’. 그게 ‘호경아의 부엌의 난’이 되면 좋겠어요.”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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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호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