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방송인이자 코코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인 김준호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또다른 공동대표 A씨가 최근 회사 공금을 횡령해 해외로 잠적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소속연예인 출연료와 임직원 급여까지 포함돼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했다. 당연히 여론은 김준호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고 일각에서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도 일기 시작했다. 과거 불법 원정 도박으로 자숙하다가 이제야 막 재기에 성공한 그에겐 또 한번의 큰 폭풍이 불어닥쳤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그러나 사람에 상처받은 그에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남아있었다. 개그맨 후배들과 연예계 ‘절친’들의 응원과 지지가 계속돼 연일 따뜻한 미담 기사가 도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성대하게 치러진 지상파 3사 연예대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대상 수상자인 유재석, 이경규가 아닌 김준호였으며, 새해 첫 예능 프로그램에서 큰 화두도 바로 그였다.
1일 오후 방송된 ‘해피투게더’에서는 유지태가 출연해 김준호와 끈끈한 의리를 자랑했다. 그는 이날 김준호와 전화 통화로 절친한 사이임을 인증하는가 하면, 단국대 연극영화과 동기로서 추억담도 꺼내놨다. 이어 “김준호가 진짜 멋있었고 자랑스러웠다”며 “개그맨이 무대에 섰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얼굴을 봤다. 김준호가 그런 장을 만들었다는 게 자랑스러워 지원을 계속 해주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유지태의 응원에 김준호는 “내가 웃고 즐길 때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겨보겠다. 웃음은 희망”이라며 힘을 냈다. 이어 “소속연예인들끼리 똘똘 뭉쳐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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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이후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내용 대부분은 유지태가 아닌 김준호에 포커스가 맞춰있었다. 목소리 출연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치러진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준호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응원메시지를 전달했다. 2014 KBS 연예대상 대상 후보로 오른 김준호를 위해 김준현은 “선배이자 친한 형이자 나의 사장이었던 영원한 우리 보스. 힘든데도 시청자를 웃기려고 노력한다. 많이 걱정하는데 똘똘 뭉쳐 잘 이겨내고 있으니 지켜봐달라”며 지지발언에 나섰다. 객석에 있던 김준호는 김준현의 재치 넘치는 발언에 활짝 웃으면서도 눈가가 촉촉해져 보는 이를 뭉클하게 했다.
수상자로 선정된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도 한결같이 소감에서 그를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쇼오락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김지민은 “‘돈을 남기는 것보다 사람을 남기라’고 김준호가 항상 말했다. 김준호는 사람을 정말 많이 남겼다”며 “주변에서 ‘어느 한 사람 때문에 네가 많이 힘들지’라는 소리를 듣는데 우리는 김준호 한 사람 때문에 흩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감동어린 코멘트를 남겼다.
코미디부문 우수상 트로피를 안은 조윤호도 “김준호가 ‘강물은 바람에 물결쳐도 바다로 가는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김준호가 가는 방향에 우리가 함께 하니 힘내라.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코코엔터테인먼트 파산설과 소속연예인들 계약 만료에 관한 시선들을 한방에 해결하기라도 하는 듯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강한 확신과 믿음이 배어있었다.
김준호 사람들의 활약은 SBS에서도 이어졌다. 이국주가 SBS 연예대상 예능 뉴스타상을 탄 뒤 “가장 힘든 분은 김준호 선배다. 배신하지 않겠다”고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홍윤화도 “힘들 때 항상 내편이 돼주던 건 바로 김준호였다. 이젠 내가 김준호에게 힘이 되고 싶다. 떠나지 않겠다”는 말로 의리를 자랑했다. 비록 자리엔 없었지만 대상을 탄 이경규보다도 그 존재감이 크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김준호의 코코엔터테인먼트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렇게 믿고 따르는 사람들만으로도 그의 사업은 반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시상식에서 비록 무관이었지만 보는 이들에겐 진정한 위너로 남았다. 사면초가일지언정, 아직 그에겐 ‘사람’이란 강력한 무기가 남아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