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캐스팅 세계는 늘 전쟁의 연속이다. 작품에 더 잘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배우는 더욱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치열한 눈치 작전을 보고 있는 것. 제작사, 배우, 캐스팅 디렉터 등 여러 직군의 사람들이 엮어가는 캐스팅 약육강식 법칙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 ‘슈퍼갑’ 제작사, 배우·감독 눈치볼 필요 없어!
작품을 총괄하는 제작사가 ‘슈퍼갑’이 되는 경우는 다반사다. 주연급이 아니면 조연, 단역 등은 어느 때나 대체할 인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사들의 요구에 맞게끔 행동해야 한다는 게 방송가의 전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보통 제작사가 전통 있고 방송사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배우, 캐스팅 디렉터들에게 제작사가 갑일 수밖에 없다. 흔하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작품 편성부터 제작 전반을 주무르기 때문에 이 작품에 들어가기 위한 조연급 이하 배우들의 노력은 물론이며 작품에 맞는 톱배우들을 데려오기 위한 캐스팅 디렉터들의 고충도 굉장히 크다.
익명을 요구한 캐스팅 디렉터 A씨는 제작사의 소위 ‘갑질’에 대해 “캐스팅을 위해 오디션을 엄청나게 보지만 결국엔 제작사에서 꽂아 내려오는 배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땐 제작사 힘이 커서 감독의 의견 따위도 필요 없게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일부 제작사는 작품의 퀄리티 보다는 제작비를 더욱 크게 생각하고 있어서 가끔 감독들에게 ‘아껴 쓰라’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굉장한 대작이 아닐 땐 대충 가자는 제작사와 제대로된 이력을 쌓기 위한 감독의 갈등이 여기에서 촉발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톱배우는 갑중의 갑…“내가 하란 대로 안 해?”
톱배우 가운데 일부는 제작사보다 한 단계 위에 서는 ‘갑중의 갑’ 행세를 하기도 한다. 제작사와 출연을 두고 ‘밀당’하면서 OST 음원을 따내거나 같은 소속사에 있는 배우를 끼워넣기 식으로 작품에 들이미는 경우도 허다하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B씨는 최근 많은 자본이 투입된 대작에 캐스팅됐다. 애초에 감독이 B씨를 점찍어놓고 캐스팅 물밑작업에 매달려왔고 B씨 회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데드라인이 다가오도록 제작사는 초조해져만 갔다. B씨 측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고 물망에 오른 다른 후보들도 모두 거절 의사를 밝혀 더는 남은 카드조차 쥐고 있지 않았던 것. 그제야 B씨는 OST 참여와 같은 소속사 배우 끼워 넣기 등 원하는 조건을 걸었고 제작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이처럼 톱배우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제작사를 주무르는 상황도 가끔 발생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또한 이런 갑질은 고스란히 아래로 내려가 조연급 배우, 단역, 캐스팅 디렉터 등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문제점을 낳는다.
◇ 캐스팅 디렉터 vs 조연, 슈퍼 ‘을’이 되려면?
그렇다면 이 캐스팅 전쟁의 먹이 사슬 중 하위 단계는 누굴까. 관계자들은 단역 다음으로 캐스팅 디렉터와 조연급 배우들이 하위 단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조연의 위치와 캐스팅 디렉터의 실력에 따라 갑을 관계가 급격하게 뒤바뀐다고 설명했다.
한 캐스팅 디렉터는 “주연급 조연이 아닌 조연들도 일부는 상황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캐스팅 디렉터가 일을 잘하고 역량이 크면 을처럼 굴고, 그게 아니면 까다롭게 대한다. 특히 이런 조연들은 어쩌다가 ‘신스틸러’ ‘대세 배우’란 수식어를 달면 목이 뻣뻣해지더라”며 “그러나 그 전까지는 캐스팅 디렉터의 권유대로 대본도 안 보고 작품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캐스팅 디렉터가 권력을 쥔 경우도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일부 몰지각한 캐스팅 디렉터들이 작은 역이라도 열심히 하려는 배우들에게 수수료 외의 금품을 요구하거나 촬영에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한 배우는 캐스팅 이후 촬영 당일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갑자기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안 와도 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받기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모든 사안은 일부의 얘기일 뿐, 대부분 제작진이나 캐스팅 디렉터들은 작품의 성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그 역에 맞는 배우들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