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보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티격태격 쉬지 않고 입씨름을 하던 신현희와 김루트는 본인들의 노래처럼 유쾌한 매력을 발산했다.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숨겨지지 않는 사투리처럼 정겹고 남다른 겉모습에서 보여 지는 것처럼 개성 넘친다. 하지만 장난스러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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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디오션 뮤직 제공 |
신현희와 김루트라는 그룹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치러진 한국콘텐츠진흥원가 주최한 ‘K루키즈’를 통해서였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총 6팀들은 콘텐츠진흥원의 지원 아래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연말 공연을 통해서 최종 3팀을 선정했다.
신현희와 김루트는 최종 3팀에 선발되진 못했지만 이날 펼친 공연 중에서 누구보다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톡톡 튀는 사투리 가사에 독특한 보이스는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무대에서 제대로 한 판 놀았다.
“‘K루키즈’의 도움으로 합주실도 지원받고 앨범도 발매하게 됐다. 큰 공연에 좋은 라인업으로 나갔다. 팀을 하면서 1년마다 목표가 있었는데 2014년엔 록 페스티벌 2개, 방송 2개 이상 나가고 음원을 내는 게 목표였는데 다 이루게 됐다.”(신현희).
“‘K루키즈’를 해서 다 이룰 수 있었다. 신의 한 수였다. 좋은 레이블도 만나게 됐다. 이지형 선배님의 멘토링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다정한 분이다. 궁금한 걸 말하면 자신의 경험에 빗대서 말해줬다. 덕분에 많이 배웠다.”(김루트)
‘K루키즈’는 신인 뮤지션을 뽑는 오디션 중 하나긴 했지만 TV 프로그램 오디션과는 전혀 달랐다. 예선을 통해서 총 6팀을 뽑고 6개월간 합주실을 지원하고 뮤지션 멘토를 붙여줬다. 국내 유명 페스티벌에도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최종적으로 음반 발매까지 해줬다.
“TV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저희를 알리는 것보다 현 상황에서 뭐가 도움이 될까 생각을 했는데 음악을 오래할 거면 천천히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짝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잠깐 알려지고 끝나는 것보단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고 싶었다.”(김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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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희와 김루트는 말을 할 때나 노래 가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대구 출신의 뮤지션들이다. 대구에서 버스킹을 하며 음악 실력을 다졌고 더 큰 무대를 위해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김루트는 대구에서 학원 레슨을 하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반면 패션 디자이너인 부모님 밑에서 자연스럽게 패션 전공을 선택한 신현희는 음악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못했고 유학까지 포기했다.
“길에서 현희가 버스킹하는 걸 봤다. 대구에선 버스킹이 없었는데 거의 시초였다. 남자 멤버랑 같이 했는데 현희가 이끌어 가는 힘이 보였다. 발성도 이상했는데 사람을 집중시키는 목소리가 있어서 함께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연락을 했다.”(김루트)
“처음엔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다. 캐릭터 후드티에 납작한 안경 쓰고 와선 성격도 엄청 소심해 보였다.(웃음) 음악 한다고 접근하는 사람으로 봤다. 버스킹을 할 때 그런 사람이 워낙 많았다.”(신현희)
인터뷰 내내 아웅다웅 서로를 놀리기 바빴던 두 사람. 외모는 물론이며 성격, 스타일 심지어 같은 그룹임에도 좋아하는 음악 취향까지 180도 달랐다. 김루트는 철저한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신현희는 프리하고 그 계획이 바뀌더라도 이겨내는 능청스러움을 갖고 있다. 근데 음악을 할 때 그런 점이 상호보완 된다.
“치고 박고 싸울 때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같이 음악을 하는 것 보면 잘 맞는가 보다. 처음 저희랑 같이 시작했던 여러 팀들이 다 없어지고 우리만 남았다. 다들 저희보고 빨리 깨지겠다고 했는데 미우나 고우나 같이 하고 있다. 전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실용 음악적인 것은 모르고 멋대로 만든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탑을 짓는다면 김루트가 장비를 가지고 만들고 다듬어 준다”(신현희)
“학교에서 정답만 알려줬는데 현희를 만나서 많이 배우고 있다. 전 오히려 현희가 실용음악 적인 것이 없어서 좋다. 현희는 코드를 잘 몰라도 좋은 소리를 잡아서 곡을 쓴다. 전 그걸 악보로 그려주고 마무리를 해주는 정도다. 물론 악보 그리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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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상경해 이젠 유명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짧은 시간 이룬 일이지만 그 안에서 말하지 못한 고생들도 많이 했다. 음악을 위해 집을 나와야 했고 돈이 없어서 악기를 파는 일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저희를 보고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대구에서 올라와서 바로 잘 된 게 아니다. 레이블을 만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 그 때까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근데 지방에선 서울 가면 다 좋은 레이블을 쉽게 만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쉽게 한 게 없다. 가장 싼 쇠고기 라면만 먹고 고시원에서 살고 돈 빌리는 일도 많았다. 둘이서 많이 의지하며 버텼는데 대구에선 서울 올라가서 쉽게 얻었다고 생각하더라.”(김루트)
“저 때문에 김루트가 악기를 두 개나 팔았다. 그 돈으로 반지하에서 살 수 있게 도와줬다. 반년동안 엄마를 못 봤었는데 언제 제가 공연하는 걸 보시곤 돈도 보내주고 이젠 집도 구해줬다.”(신현희)
“저도 고향 칠곡에서 행사를 한 번 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이 와서 보셨는데 좋아하시더라. 아직도 음악하는 걸 반기시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오래 하면 바뀌지 않으실까 싶다. 그래도 지금 긍정적으로 바뀌시고 있다.”(김루트)
안타깝게도 신현희와 김루트의 곡 중에서 달랑 음원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은 딱 2곡 ‘캡송’과 ‘편한 노래’ 뿐이다. 직접 공연을 보거나 유투브 영상을 통해서만 그들이 새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음원으론 없지만 공연 레퍼토리를 만들 정도의 곡들이 완성되어 있다.
“일상에서 벌어진 일이나 사물을 보면서 갑자기 만드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주제를 정해서 만들기 보단 그냥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누가 블로그에 ‘캡송’을 듣고 고등학생이 만든 티가 난다고 했는데 정확하다. 제가 고등학교 때 만든 노래다.”(신현희)
‘K루키즈’의 지원은 오는 3월말이면 끝이 난다. 그 전에 신현희와 김루트의 음반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새 음반에서도 명랑한 이들의 에너지를 그대로 엿볼 수 있길 기대한다.
“지금은 ‘캡송’같은 풋풋한 음악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음악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30대에 어우리는 음악, 나이에 맞게 성장하고 싶다. 어떤 노래를 해도 장르를 정하고 싶지 안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색을 가져가면서 폭이 넓히는 밴드가 되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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