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다시 태어나도 광대”
2014년 8월21일 개봉해 4만5661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족구왕’. 족구를 소재로 특유의 병맛을 선사하며 ‘꿀잼’을 제대로 안긴 화제의 작품이다. 분명 주인공은 족구와 사랑에 빠진 배우 안재홍이다. 하지만 술에 취한 창호(강봉성 분)를 등에 업은 채 “내 오늘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는 황미영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상남자 만이 하는 대사를 내뱉으며 멋진 누나로 변신한 것도 모자라 “의사선생님이 ‘살 빼’라고 해서”라고 속사정을 말하면서도 잘 구워진 고기를 먹는 황미영의 새침함은 출구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이 매력에 창호가 푹 빠진 것도 같다.
2008년 연극 ‘빈커가 없으면 나는 너무 외로워’로 데뷔한 황미영은 사실 연극부 회장으로 활동하던 고등학생 때 이미 ‘연기의 참 맛’을 알았다. 이때부터 꾸준히 연기만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스크린과 극단을 주 무대로 꿈을 펼쳐나갔다. 본격 스크린 신고식은 ‘족구왕’이지만 ‘1999, 면회’에도 잠깐이나마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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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 예체능을 참 좋아했다. 고1때 연극부에 들었고 3년 동안 회장이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난 무엇을 잘 할까 고민했고 연극이 정답인 것 같더라. 실기 2주전부터 열심히 실기 시험을 준비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웃음) 연극과 영화에서 연기를 하지만 전공은 뮤지컬이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도 조금은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뮤지컬 학과에 당당히 합격한 후 집을 떠나 부산으로 향한 황미영은 4년 동안의 대학 시절을 보내고 2년의 조교 생활을 거쳤다. 그 후 2008년 서울로 올라왔고 상경한지 이틀 만에 지금도 몸담고 있는 ‘그린피그’를 소개받았다.
그린피그는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과 뜨거운 감성을 가진 새로운 연극을 하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동시에 주제와 예술형식의 진보를 고민하는 연극을 하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이들의 작업은 저항 혹은 엑소더스를 위한 매뉴얼 혹은 도구다. ‘자객열전’(2006년) ‘나는 기쁘다’(2007~2008년) 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독창적이고 격한 울림을 안기는 창작연극을 만들고 있다.
“그린피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이나 다름없다. 선, 후배가 아닌 가족으로 모두가 함께 공동창작을 목표로 한다. 공동창작이기에 매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열심히 공부하게 되고 더욱 애정이 많이 들어간다. 내가 알던 연극의 장르가 아니라 신선하고 정말 즐겁다. 또한 모두가 배우이자 연출자이기에 재미있다. 대중성보다는 의식 있는 작품을 많이 제작하려 한다. 때문에 수능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 (웃음)
그린피그에서 제작하는 연극 외에도 틈틈이 영화에도 출연하는 황미영. 그의 존재감을 빛내준 ‘족구왕’ 출연은 ‘1999, 면회’에서의 쌓아온 인연 덕분에 가능했다. 그린피그도 모자라 자신과 호흡을 맞춘 ‘면회 1999’ ‘족구왕’ 제작진을 칭찬하며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스스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극만 해오다 ‘1999, 면회’ 덕분에 영화 촬영장에 처음으로 가봤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모두가 친절했고 처음부터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더라. 난 참 인복이 많은가보다. (웃음) ‘족구왕’ 미래는 소심하고 수줍다. 이와 달리 ‘1999, 면회’에선 180도 다르다. 내 실제 모습과 너무도 비슷해 지인들이 ‘저건 연기가 아니다. 실제 황미영’이라고 말하곤 했다. ‘족구왕’을 위해 촬영 전 족구 연습을 많이 했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지만 점점 연습하다보니 매력이 느껴지더라.”
“우리끼리도 ‘족구왕’을 찍으면서 정말 즐거웠고 우리끼리의 잔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 즐거웠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만족한다. 팀워크는 정말 좋았다. 다들 의리가 장난이 아니다. (웃음) 다만 스스로 무대와 카메라 연기의 차이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 초반에는 어렵더라. 그러나 우문기 감독님이 나를 믿어줬고 너무도 믿어준 나머지 연기 지도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해줘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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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변에서 내 삭발에 대해 만류가 많았다. 이에 앞서 작품을 위해 스포츠 머리스타일을 소화한 적도 있다. 왜 그런지 몰라도 난 머리카락에 대한 미련이 없는 듯하다. (웃음) ‘1984’라는 영화를 보고 삭발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나를 포함해 5명이 밀었는데 모두 그린피그 화장실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다들 눈물을 흘릴 줄 알았는데 울기는커녕 웃기 바빴다. 정말 재미있는 삭발식이었다.”
쿨하게 삭발식 당시를 떠올리는 황미영의 모습이 새삼 놀랍지만 털털하고 인심 좋은 성격이 절로 느껴진다. 자라날 머리카락과 함께 그의 연기 열정도 더욱 자랄 것만 같다.
“내가 부지런히 노력해서 극단과 영화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 잘나가는 배우가 되기보단 천천히 꾸준히 연기를 하다보면 빛을 볼 것이다. (웃음) 캐릭터가 강해 초반엔 캐릭터 배우가 된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도 복이자 행운이니 받아 들이려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MBN스타 DB, 예고편 캡처 /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