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오늘의 연애’, 문채원의 진상질·욕설에 매료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욕설과 폭행이 난무하는 문채원이라니…. 예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장난 아니다. 물론 극 중 18년 친구 준수(이승기) 앞에서나 그렇다. 특히 (이것도 연기지만) 술에 취해 진상짓하는 건 손에 꼽을 정도의 민폐가 아닐까.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 제작 팝콘필름)는 일단 배우 문채원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인터넷 방송에서 ‘오늘의 날씨’를 전하며 화제가 돼 TV까지 진출해 인기 기상캐스터가 된 현우(문채원). 그는 대중과 담당 PD 동진(이서진)에게는 늘 싹싹하다.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이려 노력한다. 준수 앞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준수는 그래도 현우가 좋다.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해왔다. 거칠어도 마냥 좋다. 오죽하면 쑥맥이고 모든 걸 다 주는, ‘밀당’ 못하는 준수가 청순하고 글래머러스하며 자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여자 희진(화영)을 만나면서도 현우를 떠올릴까. 특히 희진에게 “그게 아냐. 욕을 더 맛깔나게 해봐”라고 요구하다니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오늘의 연애’는 요즘 유행하는 ‘썸’이라는 단어를 통해 ‘썸남썸녀’로 홍보되는 듯하지만, 오랜 세월 한 여자만 짝사랑해온 순정남 준수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물론 평범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노예 수준의) 괴롭힘을 당하는데 늘 현우 뒤를 지켜보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가 있나 싶다. 영화에서 준수는 현우에게 고백할 타이밍을 못 잡았을 뿐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이건 이 시대 몇 없는 순정남임을 증명한다. 이 남자를 이승기는 제대로 표현한다. 문채원처럼 튀지는 않지만, ‘착하고 바른 이미지’라는 본인의 모습 그대로 여성 관객에게 매력 만점이다.
사실 준수에게도 다른 여자들, 전 여자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우를 향한 준수의 마음을 더 키우는 존재들일 뿐이다. 전 여자친구로 나오는 배우 김소연이나 가수 가인은 관객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예를 들면, 과거 헤어지자는 연상의 여자친구에게 이승기가 자신의 가수 데뷔곡 ‘내 여자니깐’의 가삿말 일부를 대사로 읊조리는 모습 등이 웃음을 유발한다)다.
영화는 유부남과의 금지된 사랑에 대해서도 건드린다. 현우가 사랑에 빠진 남자 동진과의 관계를 통해서다. 여자는 이 남자 때문에 진상이란 진상짓은 죄다 보여주는 듯하다. 어떤 경각심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심각하게 논의되는 편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도덕적 질타를 받는 정도의 수준이니까. 현실 세태도 이러하니 공감이 되는 부분은 꽤 있다. 박 감독은 이 부분에 이서진을 제대로 활용했다. 이서진은 20대 여성이 봐도 꽤 멋진 모습이다. 시크하기도 하고, 깨알 웃음을 전하기도 하는 데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호기롭던 초반에 이어 중반까지도 영화는 꽤 괜찮게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후반부 맥없이 풀어진다. 준수의 군대 선임 효봉(정준영)이 등장해 준수와 현우의 사이를 또 한 번 갈라놓긴 하지만,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점이 아쉽다. 두 사람의 결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 요즘 사람들에게는 구미가 당기겠지만, 조금 나이 든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어 다른 세대의 공감을 얻지는 못할 듯싶다.
데이트 장소를 보여주는 건 흥미롭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핫플레이스들이 꽤 나온다. 영화보고 가야 할 곳을 정해주는 느낌이랄까? 데이트무비로의 역할은 톡톡히 한 셈이다.
참, 이승기와 문채원의 키스 신은 정말 진~하다. 118분. 15세 관람가. 14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