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가진 것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하정우 분)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웃음과 감동의 코믹휴먼드라마 ‘허삼관’.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매체는 바로 ‘피’다.
육체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허삼관이 마을에서 소문난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 분)을 아내로 삼기 위해 자신의 피를 팔고, 그 돈으로 옥란의 아버지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이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아이를 낳고 또 한 번 피를 팔아 아이들을 먹여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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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살던 허삼관에게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11년간 키워온 첫째 아들 일락(남다름 분)이 자신의 ‘피’가 아닌, 옥란의 전 연인 하소용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행복이 산산조각난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깨트리는 위기의 순간 아내와 자식 몰래 눈물을 훔치다가도,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풍문에 괴로워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삼관. 속병이 심할수록 더욱 좁아지는 밴댕이 성질로 아내와 아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낸다. 철부지 아버지 허삼관과 어른스러운 아들 일락의 대비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다.
특히 하정우의 천역덕스러운 연기가 압권이다. 아버지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것 역시 하정우스럽다. 인물 분석에 탁월한 배우답게 감독 하정우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잘 토라지는 아버지를 그려냈다. 기존 영화들에서 흔히 보이는 뻔한 부성애가 아닌, 허삼관이 만들어낸 부성애는 후반부 진정한 아버지로 성장하는 모습을 더욱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하정우의 연기만큼이나 주변 인물들의 연기도 눈에 띈다. 절세미녀 허옥란에서 엄마 허옥란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그리며 허삼관과 환상적인 케미를 연출하는 하지원은 물론, 전혜진, 장광, 주진모, 성동일, 이경영, 김영애, 정만식, 조진웅, 김기천, 김성균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허삼관과 허옥란의 세 아들인 일락, 이락, 삼락의 존재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오디션 끝에 선별한 만큼 연기력은 물론이고 캐릭터에 걸맞은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특히 첫째 일락은 허삼관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는 동시에 자신도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소실에 마음 아파하는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면서 감동을 만들어내는 주된 인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