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초등학교 때 쓴 일기장 속 좌우명이 ‘영화처럼 살자’더라. 당시의 좌우명대로 살고 있어 환상이다. (웃음)”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을 주 배경으로 삼아 아름다운 옷 때문에 벌어지는 사랑과 질투, 욕망을 담아낸 영화 ‘상의원’. 한석규와 고수, 유연석, 박신혜, 마동석, 신소율, 배성우, 조달환, 이유비, 박소담 등 개성만점 배우의 돋보였다.
그러나 배경이 상의원인 만큼 화려하고 세련된 한복의 대거 등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때문에 마치 ‘조선시대판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사랑과 질투, 욕망, 성공이란 감정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배우들이 입은 한복은 그 어떤 작품 속 의상보다 빛나 ‘옷이 날개’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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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선 미술감독은 23살 어린 나이에 조수 자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2010년)를 통해 미술감독으로 본격 데뷔했다. 그 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년) ‘점쟁이들’(2012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년) ‘수상한 그녀’(2014년) 등으로 능력을 발휘해왔다.
“‘상의원’ 시나리오에 담긴 공진(고수 분)의 천재성과 이를 질투하는 돌석(한석규 등) 캐릭터가 흥미롭더라. 또한 상의원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이었고, 다른 작품과 반대로 공간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궁금증을 자극했다. 새로운 공간을 소개한다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상의원’의 높은 만족도를 위해 고증자료를 많이 찾아보거나 자료 수집에 열을 올렸다. 이원석 감독은 물론 의상 디자이너, 제작진과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얻거나 이들과 소통하려 했다.
“상의원에 대한 자료가 문서로만 있어 머릿속으로 공간을 상상했다. 이미지가 없어 부담감도 많았지만 오히려 도전하고 싶게 만들더라. 한 달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바느질 장인을 찾아가 인터뷰도 하고, 궁에도 방문해보고 다양한 부분을 공부했다. (웃음) 관객들로 하여금 조선시대에 이 같은 상의원이 있었을 것 같은 확신을 주면서도 거부감이 없어야 됐으니까. 상의원이 주는 거대함과 캐릭터의 상반된 힘도 담고자 했다. 자료를 찾고 디자인 시안을 제작하고, 이 중 몇 개를 골라 색감을 입히고 등의 과정을 거쳤다. 거의 3~4달은 걸린 것 같다. 다른 참여 작품보다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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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석과 공진의 작업공간에도 차이를 두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장식된 소품, 실의 색까지도 달리 표현하려 노력했다. 돌석의 경우 레드 등 난색을 썼고 실의 컬러도 규칙적이고 모든 게 정해진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 공진은 이와 반대로 최대한 흐트러트리고 자유롭게 표현했다. 블루 등 주로 자유로운 색을 사용했다. 두 공간이 관객에게 주는 이미지 대비를 중점에 두었다. 주변의 의상도 돋보였으면 해서 세트와 공간을 실제보다 눌렀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만족한다고 스스로 평가한 채경선 미술감독은 앞에 언급한대로 23살부터 영화계에 몸담았다. 쭉 미술에만 몸담았기에 외길인생이 따로 없다. “할 줄 아는 게 미술뿐이라 서요…”라고 수줍게 말했지만, 이내 미술감독으로서의 보람을 밝히며 자부심도 보였다.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림은 한 장면을 그려놓고 관객들이 계속 보고 돌아서면 그만이다. 그러나 영화는 한 시간 동안 계속 관객들을 집중시키니까 여기에 대한 매력이 크다. 또한 내가 공간과 소품을 만들었으니 내 손이 거친 게 아니냐. (웃음)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이 있다. 계속 미술을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다. 참여한 작품이 미술이 도움을 받아 웰메이드하게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들을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 물론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영화가 가진 목적과 연출, 의도에 미술이 도움이 될 때를 말하는 것이다. 덧붙여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할 때도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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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를 통해 어두운 영화에도 참여했지만 ‘악마를 보았다’같은 종류의 영화에 참여해보고 싶다. 스릴러 작품도 좋다. (웃음) 난 배우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다. 미술감독이라는 제3자의 입장에서 영화에 나온 이야기를 간접체험하기에 환상적이다. 좋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 쓴 일기장 속 영화처럼 살자는 좌우명처럼 살고 있다.”
최준용, 박정선,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제공=채경선 미술감독,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