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신부수업’ ‘허브’ ‘마이 블렉 미니 드레스’ 등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 허인무 감독이 중국으로의 진출 소식을 알렸다. 오는 3월14일 중국에서 개봉을 앞둔 ‘웨딩 다이어리’ 준비에 한창인 허 감독은 중국에서의 촬영에 대해 “즐겁다”고 표현하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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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허 감독은 중국에서 촬영을 하면서 중국 영화에 대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그는 “중국에서 영화를 보면서, 정말 좋은 작품이 많다고 깨달았다”며 “한국 감독과 배우들이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지만, 중국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 많다”고 감탄했다.
이어 “중국은 일 년에 700~800편의 영화를 찍지만 개봉하는 영화는 70~80편이라고 한다”며 “작품을 위해 중국 영화를 연도별로 봤는데, 한해가 다르게 좋아지더라. 한국이 잘 만들거라는 생각이 움츠려 질 정도로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 많더라”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산업 쪽 아니라, 연예 문화까지 중국의 성장은 굉장하다며, “중국과 한국의 차이를 인정해야지 절대로 후진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한류문화를 좋아한다고, 기고만장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설명이다.
“중국, 길거리 촬영이 더 비싸”
허 감독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영화 촬영 시스템은 비슷하다. 시나리오 작업, 배우 캐스팅 등의 수순은 똑같이 밝지만, 심의가 까다롭고, 상영관을 찾기 어려워 개봉하기 훨씬 어렵다. 하지만 광대한 만큼, 돌아볼 곳도, 빠르게 돌아가는 부분도 적잖게 많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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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포인트가 다른 중국”
많은 영화가 합작(合作)을 통해 중국에서 개봉하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 ‘엽기적인그녀2’ 등 한국 영화와 같은 드라마로 개봉하는 작품 뿐 아니라 ‘제3의 사랑’ ‘이별계약’ ‘미스터 고’ 등이 그렇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웃음 포인트는 극명하게 다르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감정을 자극하는 드라마 부분은 같은 선을 타지만, 웃음 포인트는 다르더라. ‘이게 될까’라는 부분에서 오히려 터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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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언어로 찍는 영화, 의외로 재밌더라”
영화 ‘웨딩 다이어리’는 중국어로 촬영됐지만, 한국배우들은 한국어로, 대만 배우들은 대만어로 촬영한 뒤 더빙을 했다. 이에 촬영 단계도 쉽지 않았다.
허 감독은 “한국어로 촬영해 그나마 괜찮았다. 어디를 녹화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모든 것을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진행했다. 조금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스태프들이 재밌게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별계약’을 찍은 오기환 감독이 말이 안 통하더라도, 배우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기하게도 배우들의 눈을 보니 답이 있더라”고 덧붙이며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중국 스태프들과 쌓은 남다른 우정
허 감독은 현장에 일찍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에게 좋은 징크스다. 현장에 먼저 가 문을 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스태프들은 이런 허 감독의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기에, 허 감독의 친근한 성격은 중국 스태프들에게는 당황스러울 만 하다.
허 감독은 “밥을 먹을 때도 중국 스태프들은 바닥에서 먹고 난 식탁에 주더라. 너무 화가 나서 긴 탁자를 구매했다. 같이 먹지 않으면 나도 바닥에서 먹겠다고 했다”며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중국 스태프들이 감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허 감독의 친근한 마인드 때문이었는지 한 스태프는 허 감독에게 한국 소주를 건네기도 했고, 건조한 날씨에 젖은 수건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그에게도 ‘중국에서는 안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며 귀띔을 해주는 스태프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국적을 뛰어넘은 교감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중국 제작사와 촬영 팀에 한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은 허 감독이 처음이다. 그만큼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욕심을 버리는 게 아니라, 분담을 해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중국 작가와 쓰고 싶다. 구조를 잡아주거나, 대사나 웃음 포인트를 잡아줄 수 있게 말이다”라고 뜻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앞으로 중국배우들과 중국에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한때 부흥을 일으켰던 홍콩배우들과 손을 잡는 것도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고 바람을 나타나내는 데 이어, “비단 지금은 한국의 문화예술 방면을 높이 사, 함께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금방 따라 잡을 기술력을 가진 나라다. 그들을 존중하고, 우리와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도 배워야한다는 자세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