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어우동은 ‘조선을 뒤흔든 여인’이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매우 안타까운 여인이다. 각종 스캔들에 휩싸여 문란한 여자란 인식이 각인됐지만, 남자의 입장에선 품에 안아보고 싶은 치명적인 여인이기도 하다. 여자의 입장에서도 역시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한 미지의 인물인 셈이다. 그런 신비로운 여인이 30년 만에 스크린에 부활해 매력 대방출을 알렸다.
영화 ‘어우동-주인 없는 꽃’(이하 ‘어우동’)은 남자라면 한 번쯤 하룻밤을 꿈꾸게 만들 정도의 미모를 지닌 한 여인이 남편에게 상처 받은 후 어우동이라는 이름의 기녀로 변신해 복수하는 과정을 담았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핵심인 혜인과 어우동 역은 배우 송은채가, 그를 짝사랑하는 무공 역에는 여욱환, 그의 진가를 몰라본 남편 이동 역에는 백도빈, 첫눈에 반한 성종 역에는 유장영이 연기했다.
극 초반 혜인은 절세미녀로 등장해 뭇 남성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아리따운 외모는 물론 단아하며 예의범절까지 갖추고 있어야 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를 연기하는 송은채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어색하다. 절세미녀인지 전혀 공감이 안 되는 비주얼은 안타깝고, 차근차근하게 사극 톤으로 대사를 내뱉는 모습 역시 어설프다. 연기파 배우도 어려움을 느끼는 사극 톤을 그는 개선되지 않은 코맹맹이 소리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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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송은채는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지기에 청순한 혜인 역 소화에는 무리가 있다 십분 이해해도, 팜므파탈 어우동까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당황스럽다. 도도한 표정은 나름대로 괜찮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대사 톤과 매혹적인 눈빛이 부족하다. 게다가 ‘레쓰링’부터 줄곧 밀고 있는 ‘섹시 이미지’를 드러낼 기회가 왔음에도 때를 놓쳐, 청순과 섹시 그 어디에도 무게감을 싣지 못한 연기도 아쉽다.
백도빈과 유장영, 여욱환이 아무리 맡은 캐릭터에 충실했다 하더라도 극을 이끌어가야 될 핵심인 송은채가 삐거덕거리고 있어, 전체적인 균형도 맞지 않는다.
좀 더 노력해 이미지만으로도 청순을 강조한다든가, 아예 청순을 포기하고 공감 가능한 섹시로 자극한다든가. ‘어우동’을 통해 ‘레쓰링’에서 미처 잡지 못한 섹시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잡으려던 청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애쓰던 송은채는 결국 모두 놓친 꼴이다.
송은채는 아쉽지만, 첫 스크린 도전인 백도빈과 유장영은 돋보이지도 미약하지도 않은 존재감을 보이며 꽤 성공적인 신고식을 마쳤다. 오는 29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