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현빈의, 현빈에 의한, 현빈을 위한 드라마였다. 마치 제대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그를 위해 쏘아올린 축포 같았다. 분량의 70% 이상이 배우 현빈의 얼굴로 가득 찼다. 그의 매력이 부각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21일 오후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테마파크의 냉혈한 상무 구서진(현빈 분)이 장한나(한지민 분)를 만나면서 5년간 누르고 있던 또 다른 인격 로빈과 마주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구서진은 피도 눈물도 없는 행동으로 주변의 빈축을 샀지만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맥박과 혈압이 오르면 다른 인격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을 사는 위해 사는 삶이 합리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하나와 마주치자마자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렸다. 테마파크 동물원 우리를 뚫고 나온 고릴라가 습격했을 때에도 높아지지 않던 맥박수가 장하나가 “빙빙”이라며 고릴라 이름을 부르자 급격히 상승했다. 또한 괴한의 습격을 받는 장하나를 보고도 모른 척했지만 그 죄책감에 5년 간 누르고 있던 또 다른 인격 로빈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여주인공에게만 반응하는 모양새는 앞으로 두 사람에게 수많은 사건이 있으리란 예고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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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첫회는 이처럼 ‘평소와 다른 구서진의 하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현빈의 눈빛 하나, 행동 하나까지 모두 극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중인격이라는 캐릭터의 생소함을 걷어내기 위해 구서진이란 인물을 시청자에게 친절하게 소개해야했기 때문에 남녀주인공의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보다는 현빈의 모노드라마처럼 그려졌다.
현빈에겐 큰 부담감이었겠지만 그는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부담감 따윈 걷어낸 모습이었다. 여심을 사로잡는 특유의 도도한 이미지를 지켜내며 흐름을 휘어잡는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하이드 지킬, 나’가 그 시작을 현빈에게만 의존했다는 점은 다소 위험했다. 그러나 믿고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답게 자신만의 공식으로 잘 풀어낸 현빈이었기에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속도감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적었지만 앞으로 현빈과 한지민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던 시작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