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윤서입니다. 최근에 종영한 MBN 드라마 ‘천국의 눈물’에서 진제인 역할을 했던 바로 그 배우예요. 네, 바로 그 ‘늘 울고, 소리 질렀던’ 그 진제인이 맞습니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애정이’로 나왔던 배우도 맞고요. 언뜻 연결이 안 되시죠? 급변한 캐릭터로 돌아와서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셨어요. 그래도 악독한 캐릭터 재밌게 했어요. 제 안에 악녀 본능이 있는 걸까요.(웃음) 하지만 다음 작품에는 꼭 행복한 역할로 나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어요. 아, 아니다. ‘큰 소망’이요. 아주 ‘큰 소망’이예요.(웃음)
![]() |
◇ ‘천국의 눈물’ 속 진제인, 사실 불쌍한 친구예요
사실 MBN ‘천국의 눈물’이 지난 3일에 끝났잖아요. 그런데 촬영은 1년 정도 전에 했어요. 그래서 드라마 끝난 허함을 느낄 시간은 이미 지났고요.(웃음) 방송 끝나고 시청자 분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는 뿌듯함이 크더라고요. 본 방송을 직접 챙겨보게 되니까 저 아닌 것 같고,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저 장면을 찍었나?’ 싶을 때도 있고요. 제가 방송 전개를 보면서 ‘대박!’을 외친 적도 많았어요.
이렇게 긴 호흡으로 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라서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길게 끌고 가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라인업이 전부 ‘선생님’ 분들이 많거든요.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죠. 특히 엄마로 나온 박지영 선배님, 아빠로 나온 윤다훈 선배님이 진짜 엄마 아빠처럼 챙겨주셨어요. 촬영장에서도 우리 딸이라고 불러주시고요. 제가 여기에 소속됐다는 ‘소속감’이 정말 컸어요. 전에는 중반부에 투입되거나 빠지는 역할들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드라마가 처음이라 정말 남달랐죠.
제가 맡은 진제인은 주인공 윤차영(홍아름 분)을 괴롭히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악역이라고 하지만 진제인은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마저도 진제인을 악역으로 생각해버리면 정말 악독한 모습만 그려질 것 같았고, 분명히 진제인도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더라고요. 시청자 분들에 진제인의 마음을 이해시키기 위해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 |
↑ 사진제공=웰메이드이엔티 |
근데 사실 제가 좀 ‘순하게’ 생긴 얼굴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제가 캐스팅될지 몰랐어요. 실제로 회식 자리에서 출연진들이 감독님께 ‘왜 저를 캐스팅 하셨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저는 순하게 보이는 얼굴로 독한 역할을 하는 게 더욱 신선하고 와 닿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독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독한 역할을 하면 당연해 보일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캐스팅 되고도 별로 믿기지가 않았어요. 다른 오디션은 3차, 4차까지 있거든요. 이번에는 두 번째에서 바로 합격했어요. 그래서 저는 ‘3차 오디션을 보자고 하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못 믿었어요.(웃음) 다행히 정말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었죠.
진제인의 표독스러움을 연기를 할 때에는 저도 모르게 ‘내 안에 원래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할 정도로 재밌었어요. 내지르는 연기를 하니 시원할 때도 있었고요. 스트레스를 풀었달까요. 살면서 그렇게 독한 말을 할 기회가 언제 있겠어요.(웃음) 악역의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 국민 첫사랑? ‘누군가의 첫사랑’ 됐으면
전작에서는 계속 첫사랑 역할을 했어요. tvN ‘응답하라 1994’에서는 손호준 씨 첫사랑으로, ‘연애조작단: 시라노’에서는 샤이니 태민 씨의 첫사랑으로요. 아무래도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엄청 예쁜 얼굴상도 아니고, 약간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잖아요.
친구들에게도 ‘어디서 비슷한 사람 봤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어디에 있을 법한 얼굴이에요. 아무래도 첫사랑은 공감을 일으켜야 하는 캐릭터인데, 저의 ‘흔하게 생긴’ 얼굴이 강점 아니었나 싶어요.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데, 왜 아무도 말을 안 할까요? 마구 다가오세요.(웃음)
![]() |
↑ 사진=천국의 눈물 방송 캡처 |
저는 사실 아직도 제 이름이 나오는 걸 보려고 광고 나오기 전 드라마 타이틀 영상을 꼭 챙겨봐요. 아직도 TV에 제 이름 나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해요. 기분도 좋고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응답하라 1994’의 차애정으로 기억해주시더라고요. 사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몇 장면 안 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해주실지 꿈에도 몰랐어요. 반응이 그렇게 좋을 줄이야.
방송하던 날, ‘천국의 눈물’ 촬영 중이었어요. 촬영 끝나고 나오니까 제가 마구 검색어에 올라와 있고, 문자도 정말 많이 왔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온라인에서 ‘도대체 애정이가 누구냐’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친구들이 ‘배우 윤서라고 쳐 봐라’는 내용으로 댓글을 막 달았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홍보를 톡톡히 해줬어요. 고맙다, 친구들아.(웃음)
◇ 가수의 꿈 이긴 연기의 재미
제가 맨 처음에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에는 부모님께서 반대를 심하게 하셨어요. 어렸을 때에는 춤과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가수를 꿈꿨어요. 부모님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겠거니’ 싶으셨던 건데, 제가 고등학교를 뮤지컬과로 간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이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신 거예요. 하지만 저는 꼭 해야 했어요. 그래서 설득을 하고 싶어서 그 학교에 대해서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서 제가 왜 이걸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 편지까지 함께 동봉해서 엄마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도망 나오듯이 학교를 갔어요.
수업에 집중이 안 됐어요. 집에 왔는데 아무 말도 안 하시는데 제가 놓고 온 그 포트폴리오는 없어진 걸 보니 분명 부모님이 보시긴 보셨는데 말이에요. 초조했죠. 그런데 아버지 오시고 나서 저녁 때 저를 부르시더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허락해주셨어요. 그 다음날 바로 학원 등록하고 입시 준비해서 학교를 가게 됐죠.
1학년 때에 뮤지컬을 공부하다 2학년 때에 우연찮게 연극을 하게 됐어요. 사실 연기는 왜 하는지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정말 잘하는 거예요. 다들 연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데도, 당시에는 친구들에 뒤처지는 게 눈에 보이니 승부욕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불타올라서 선생님을 정말 괴롭히다시피 코멘트를 ‘쥐어짜내다시피’ 하면서 매일 밤을 샜어요.
![]() |
↑ 사진제공=웰메이드이엔티 |
그렇게 연기를 연습하니 어느 순간에는 연기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대학까지 연기 관련 학과로 가니까 연기와 노래 사이의 편차가 더욱 커졌고요. 그래서 결국 ‘연기자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어요. 일단 제가 연기가 적성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노래는 안 되면 짜증만 났는데, 연기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힘들지 않았고, 해결될 때의 희열도 대단했어요. 그래서 천직인가 싶었죠.
저는 연기의 재미는 분석에서 오는 것 같아요. 세상에 없는 사람을 제가 만들어내는 과정이 정말 재밌는 거예요. 제가 창조주가 된 느낌이랄까.(웃음) 그걸로 오는 스트레스조차 재밌어요. 재미도 있지만, 분석을 하는 게 연기할 때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특히 대본이 다 나와있는 게 아니잖아요. 처음에 캐릭터를 딱 잡아놓지 않으면 다음 대본이 나왔을 때 그저 대본 외우기 급급하고, 캐릭터는 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 같고요.
◇ 따뜻함 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으면
롤모델이요? 사실 이 질문이 정말 어려웠어요. 누굴 골라야 할지.(웃음) 하지만 이제는 레이첼 맥아담즈라는 배우가 롤모델이 됐어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예요. 극 초반에는 ‘그저 여배우구나’ 여기다가 작품이 끝날 때쯤이면 배우가 정말 사랑스러워 보이는 게 있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거예요. 보는 이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배우.
그런 의미에서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해요.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천국의 눈물’ 속 진제인이라는 불행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선생님께서 얘기해주신 말이 있어요. ‘행복한 연기를 잘하려면 정말 불행한 연기를 해봐야 한다’는 말. 진짜 불행해봐야 조그만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기 때문이래요. 어쩌면 진제인은 제게 행복으로 가는 열쇠 같은 친구였던 것 같아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