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서 가장 위험한 이름은 바로 싱크로율이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서 원작과 드라마 사이의 싱크로율은 흥행과 참패를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하고도 강력한 요소다. 그렇다고 무조건 싱크로율이 높다고 해서 성공하지는 않는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싱크로율이 정말 맞지 않는다고 제작진에서도 인정했던 배우 강하늘은 장백기라는 인물을 원작과는 다른 독특한 캐릭터로 만들어냈다는 평을 들으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 논란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난 1일 종영한 OCN 일요드라마 ‘닥터 프로스트’가 그렇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닥터 프로스트’는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애독자 사이에서 가상 캐스팅이 화제가 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배우 송창의가 주인공 닥터 프로스트를 맡는다는 말이 나왔을 때, 웹툰의 애독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언뜻 두 인물이 겹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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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닥터프로스트 방송 캡처 |
닥터 프로스트는 공감 능력이 결여된 ‘괴짜 천재’ 심리학자다. 사람들이 왜 슬퍼하는지, 왜 기뻐하는지를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인 것. 하지만 송창의는 깊은 눈매를 가지고 있어 가만히 있어도 슬픔이나 사연이 느껴지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도 순애보를 하는 캐릭터나 다정다감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더욱 닥터 프로스트와 송창의 사이의 간극은 커 보였다.
제작발표회에서도 이 분위기는 여전했다. 송창의는 싱크로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본인도 싱크로율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작품들로 호연을 보였던 송창의기도 했고, 드라마를 위해 수많은 머리 탈색을 시도할 만큼 열정을 보이는 송창의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송창의만의 ‘닥터 프로스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낮은 싱크로율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송창의 표 닥터 프로스트는 탄생되지 못했다.
일단 ‘닥터 프로스트’에서는 프로스트 교수의 공감 결여 능력이 잘 그려졌어야 더욱 드라마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송창의는 다정다감한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던 탓에 프로스트 교수의 단호함이나 냉철함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 늘 윤성아 조교(정은채 분)에게 ‘오지랖이 넓다’고 타박하는 프로스트 교수의 모습이 정말 그런 윤 조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윤 조교를 걱정해서 조언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차갑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스트 교수가 초반에 잘 그려졌어야 마지막 장면에서 프로스트 교수가 눈물을 흘리며 슬픔이라는 감정을 깨닫는 장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내내 ‘과연 프로스트 교수는 정말 감정 결여의 인물인걸까’라는 의문을 자아냈던 프로스트 교수였기에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원작 속 윤성아와 정은채의 싱크로율은 꽤 잘 맞은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두 인물의 싱크로율은 ‘닥터 프로스트’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정은채는 오지랖 넓고 활달한 윤성아 역을 맡아 톡톡 튀는 윤 조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극 초반 많은 시청자들은 정은채의 발랄한 연기가 드라마에 잘 녹아들지 못한다는 지적을 했다.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진지하고 조용한 반면, 홀로 발랄해야 했던 윤 조교를 연기하는 정은채가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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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닥터프로스트 방송 캡처 |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싱크로율이 양날의 검이다. 최근 웹툰이나 드라마를 원작으로 둔 작품들이 몰려서 등장했던 탓에 싱크로율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몇몇 배우들이 원작 속 인물을 잘 표현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줄임말)이라는 별명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닥터 프로스트’는 배우들과 원작 속 캐릭터들의 싱크로율이 높지 않은 점 등으로 드라마를 기다리던 많은 시청자들에 실망을 안겼고, 저절로 초반 시청자들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시기에 시청자들을 놓치는 결과를 낳게 됐다. 하지만 비단 배우들의 잘못은 아니다. 스토리가 쫀쫀하게 흘러가지 못했던 것도 시청자들을 떠나보낸 주요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아쉬움을 남긴 ‘닥터 프로스트’는 중후반부 문성현(송종호 분)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높아지며 막판 2~3회에서는 나름대로 얽히고설킨 심리 드라마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조금 더 빨리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들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