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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선 건국 초기의 이야기다.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이방원, 그리고 정도전까지. 세 사람의 암투가 언뜻 떠오른다. 그러나 영화 ‘순수의 시대’에는 가상의 인물 김민재와 그의 아들 김진, 기녀 가희가 더해졌다. 이방원과 김씨 부자의 다툼이 새롭게 조선 초기의 역사를 쓴다.
3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진행된 영화 ‘순수의 시대’(안상훈 감독) 제작발표회.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우들과 안상훈 감독은 기존 ‘여말선초’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안 감독은 “여말선초의 고증 사료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 점이 오히려 당시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당시의 잿빛 같은 혼란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료가 없는 빈틈을 상상력으로 채웠다”며 “극 중 김진(강하늘)은 역사 속 ‘이재’라는 인물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재가 사랑한 경순공주, 불분명한 두 사람의 나이 차이, 문인과 무인의 구분이 모호했던 시대 등을 캐릭터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방원은 이성계 집안 중 유일하게 조선 과거에 급제했던 인물이다. 역시 문인과 무인의 양면을 다 갖고 있던 인물이다”며 “당시 시대상이나 인물상은 워낙 복합적이다. 가상인물을 추가해 스토리를 더하면 작품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질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부분은 스틸컷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강하늘(김진 역)은 강렬한 남성상과는 이질적인 귀걸이를 달고 있어 화제가 됐다. 이것 또한 ‘고증’이었다. 안 감독은 “임진왜란 전까지 조선 남성들이 귀걸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왜군들이 귀를 수급을 했을 때 뚫려있으면 조선군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며 “이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선시대와 실제 조선 초기는 다른 부분이 많다. 이 점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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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이방원은 군주로서의 야망이 큰 사람이다. 나는 ‘사람’이라는 데에 집중했다”며 “아버지 이성계에 대한 섭섭함과 개국공신으로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고뇌 등 ‘인간 이방원’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강하늘은 정도전의 수하 장군인 김민재(신하균)의 아들 김진 역으로 분한다. 조선의 부마이자 정도전의 외손자다. 원치 않는 자리에 앉아 일신의 자유를 잃은 몸이다. 욕망을 좇는 철저한 악역이다. 강하늘은 이에 대해 “순수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더 치열한 불꽃이 튈 것이라과 생각한다”며 “완전한 ‘악’은 없다고 배웠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면 ‘악’이 ‘정당한 일’이 될 수 있다. 오로지 ‘김진’의 입장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강한나는 김민재를 매혹하는 기녀 가희를 맡았다. 어머니를 위한 복수의 집념으로 살던 그는 김민재의 순수한 사랑 앞에 갈등하게 된다. 기존 사극에서의 수동적인 여성상과는 다르다. 강한나는 “여성으로서 차별받으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희라는 인물”이라며 “순수한 모습, 매혹적인 자태, 복수를 위한 집념 등 다채로운 면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중심에 김민재를 연기한 신하균이 있다. 김민재는 정도전의 사위이자 이성계의 사돈이다. 권력의 중심에 있지만 출신성분 탓에 제 것이 하나도 없다. 어머니를 닮은 기녀 가희에게 이끌려 순수한 사랑에 빠진다. 가희를 지키기 위해 칼을 조국에 겨눈다.
3월 개봉하는 ‘순수의 시대’는 가희를 둘러싼 이방원과 김민재, 김진의 야망을 다룬다.
안상훈 감독은 마지막으로 “연출자로서 매우 행복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들을 배우들이 여지없이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