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시청률 40%를 육박하고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안방극장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왔다 장보리’는 가상의 한복명가 비술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 드라마다.
비술채의 침선장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대를 이은 경합을 다룬 ‘왔다 장보리’는 한복을 짓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음모,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주인공의 참된 승리까지 다루며 시선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국민적 악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민정(이유리 분)의 악행이 본격화 될수록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연민정과 보리(오연서 분)가 펼치는 대결에 집중했다. 비술채 앞마당에 걸린 염색된 천들은 고운 빛깔을 자랑했고, 그 천을 이용해 두 여인들이 만드는 한복들은 그들의 미모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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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왔다 장보리’ 캡처 |
한복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나, 우려는 있었다. 바로 ‘침선장’에 대한 드라마의 잘못된 인식이었다. 극중 침선장은 비술채의 수장으로 침선제자의 경합으로 선발된다. 드라마는 할머니 수미(김용림 분)와 인화(김혜옥 분)를 거쳐 보리가 침선장이 되기까지 3대에 걸쳐 침선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침선장은 드라마 속 침선장과는 매우 다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로 지정된 침선장은 바늘에 실을 꿰어 옷을 짓거나 꿰매는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왕실·사대부 등 특수층의 옷을 만들던 장인을 일컫던 말이었다. 하지만 복식의 서구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대를 이어서 내려오던 침선기술의 전통은 단절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다행히 몇 사람의 전승자가 현재 쓰이지 않는 옛 침선기술을 계승하고 있어 뒤늦게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받고 명예의 첫 침선장 기능보유자는 고(故) 정정완 선생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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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의미에서 옷을 짓는 사람을 침선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바느질을 하는 사람들은 침선장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국가에서 침선장을 지정한 이유는 침선의 옷 짓는 전통을 보존하고 이를 전승하기 위해서랍니다. 즉 후대에 전통 복식에 대해 전수하라며 침선장을 중요무형문화제로 지정한 것이죠.”
현 대한민국의 2대 침선장인 구혜자 선생을 찾아가 침선장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드라마 속 허구의 침선장으로 생긴 오해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왔다 장보리’를 본 이들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처럼 치열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도 한복경합을 벌이는지 말이다. 이에 대해 구혜자 침선장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며 웃으며 설명했다.
“물론 저 역시 1대 침선장인 정정완 선생님의 전수장학생으로 침선 기술을 배웠지요. 저희 시어머니이시기도 했지만 저의 좋은 스승이셨습니다. 이후 침선 이수자의 자리를 거친 뒤,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전수조교로 추천을 받게 됐죠. 이후 정정완 선생님께서 사망하시고 침선장의 자리가 공석이 됐죠. 빈 침선장의 자리는 침선 전수조교 중 추천을 통해 지정을 하게 되고 제가 그 때 추천을 받은 겁니다. 추천 후보를 받은 국가는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갑니다. 과연 침선장으로서 능력이 있는가, 자격여건은 충분한 것인가 지정을 하는 것이죠. 이 때 실사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추러지면 또 다시 그 안에서 평가를 받고 발표를 하고…그리고 마지막 과정에서 이이제기가 등장하지 않으면 침선장이 되는 것이죠. 침선장이 되는 과정 속 얼마나 많은 서류를 제출했는지 모릅니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명예의 자리인 만큼 여러 과정이 지났죠. 드라마에서는 대결을 통해 뚝딱 침선장이 되던데,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와 실제 현실은 이와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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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침선장 정정완 선생이 전통복식을 그대로 구현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했다면, 구혜자 선생은 이를 체계화하고 계량화하는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복을 만드는 법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던 것이다. 기자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구혜자 선생은 자신을 찾아온 제자들을 반기며, 한복을 만드는 이들을 향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작업을 하는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바늘과 실을 잡고 한 땀 한 땀 짓노라면 고난과 시름을 잊는다는 구혜자 선생의 남은 바람은 더 많은 이들이 한복을 찾는 것이었다. 바쁜 생활 속 어느새 사람들 인식 속 한복은 거추장스럽고 현실적이지 못한 것처럼 남은 것이 속상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한복을 찾지 않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한복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입지 못하더라고, 전통 복장인데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해 입을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을 보면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계기가 없다는 것이죠. 제 힘은 미력하지만 전통한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통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