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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과 장발, 가죽점퍼 모습의 젊은 이장희는 그 자체로 새롭고 튀어 보였다. 처음에는 “관객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고 한 배우 진구(35)는 이내 “기우였다”고 흐뭇해 했다. 또 영화 ‘쎄시봉’의 연습실에서 처음 만난 정우와 호흡을 맞춰보고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두 사람은 친해진 지 몇 년된 이들처럼 친구가 됐다.
“자신감이 있었다고 할까요? 사실 저도 TV 프로그램 ‘놀러와-쎄시봉 특집’으로 쎄시봉에 관해 제대로 알게 됐어요. 주위에서 쎄시봉 덕을 보려 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우리 영화는 제3의 인물을 통해 쎄시봉을 재조명했고 그들 사이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사랑이야기도 담겼으니,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죠.”
그의 바람대로 영화는 관객의 관심을 받고 흥행을 달리고 있다. 첫 주말 관객이 64만여 명을 넘었다. 영화 ‘쎄시봉’은 가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젊음의 거리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한 명의 뮤즈, 그리고 잊지 못할 가슴 시린 첫사랑의 기억을 그린 작품. 진구와 장현성이 이장희 역, 강하늘이 윤형주 역, 조복래가 송창식 역, 정우와 김윤석이 오근태 역을 맡았다. 민자영 역할은 배우 한효주와 김희애가 각각 연기했다.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노래와 첫사랑 소재가 적절하게 버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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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칭찬받을 만하더라고요. 제게 없는 뭔가를 가지고 있어요. 애절한 로맨스를 펼치는데 저와는 다른 향기인 것 같아요. 현실적이랄까요? 왠지 저는 영화적인 느낌이거든요. 저 같으면 멋을 부리지 않을까 싶은데 정우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촬영 현장에 없을 때도 있었는데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서, ‘너 뭐한 거야? 나 없을 때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라고 했다니까요.(웃음)”
진구는 모든 게 만족스럽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본인이 연기한 선배 이장희는 스케줄 탓 VIP시사회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영남과 송창식 등 다른 선배들은 ‘오빠부대’까지 동원하고 함께한 뒤, 시사회 후 뒤풀이에서 “정말 잘했다”는 말을 쏟아냈는데, 자신이 연기한 선배 이장희의 얘기만 듣지 못해 못내 서운하다.
애초 젊은 시절 이장희는 원래 진구의 것이 아니었단다. 신인 배우가 맡을 예정이었다. 쎄시봉을 뒤에서 바라보며 이들의 만남과 우정, 사랑, 노래의 탄생 비화를 전달해주는 역할이어야 하는데, 과거 몇몇 영화에서 센 역할을 했던 진구가 맡으면 주위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제작진의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구는 없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적절히 살려 영화에 도움을 줬다. 젊은 시절의 근태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고, 프러포즈를 위한 노래를 건네주는 등 장희의 역할은 상당하다. “기타를 처음 잡아봤다”는 진구는 “한 달 조금 넘게 연습했는데, 지금은 재미있는 취미가 생겼고 정우 같은 좋은 친구가 생긴 것만도 좋다”고 만족해했다.
극 중 세 남자는 한효주가 연기한 젊은 민자영에게 푹 빠졌는데 이장희만 달관의 자세(?)인 듯하게 나온다. 진구는 본인의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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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진구는 TV 예능 ‘무한도전-쓸쓸한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출연해 짝사랑을 고백한 바 있다. 그러곤 이 여성과 결혼에 골인했다. 약간 과장하면 전 국민이 보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랑을 고백하다니, ‘충분히’ 적극적(최근에는 라디오에 출연해 아내가 임신했음을 알렸다)이다. “섭외가 들어왔는데 그때 작가들에게 ‘난 곧 프러포즈할 작정인데 출연해도 되겠느냐?’고 사전에 얘기했었죠. 그렇게 운을 띄운 게 현장에서 나오게 된 거에요. 제 사랑이 영화 같으냐고요? 아니에요. 지극히 일반적인 구애와 프러포즈로 결혼한 것 같은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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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