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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탈락자는 효린이었다. 1위 스윗소로우 득표율 17.62%. 6위 효린 득표율 15.25%. 불과 2.37%P 차이였다. 아주 박빙의 승부였고, 탈락자는 효린이 아닐 수도 있었다. 1차 경연에서 꼴찌를 한 뒤 2차 경연에서 3위에 오르며 역전을 노렸지만 거기까지였다. 도합 5위(15.81%)에 불과 0.56%P 뒤지며 고배를 마셨다.
“아이돌 가수가 ‘나가수’에 나온다고? 급이 낮아서 안 될 거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이 MBC ‘나는 가수다 시즌3’ 출연을 확정지은 뒤 많은 시청자들이 이처럼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무조건적으로 ‘아이돌’을 반대하는 ‘악플’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나왔던 시즌1과 시즌2에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효린 본인이 떨쳐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첫 탈락자가 됐지만 엄혹한 시선을 씻어내는 데에는 조금이나마 성공한 것 같다. 지난 3일 ‘나가수’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SNS에는 “오늘 효린이 잘했는데 탈락해서 아쉽다” “칼 제대로 갈고 나왔나보다” “3위 했는데 탈락해서 안타깝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물론 혹평도 있었지만, 반대 목소리가 많아졌다는 것이 효린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이선희의 ‘인연’을 선곡해 부른 효린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은 사후 투표에서도 드러난다. ‘나가수’ 홈페이지에는 ‘나도 평가단’이라는 투표난이 마련돼 있다. 1위 스윗소로우는 127명의 투표를 얻어 53%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 다음 양파, 박정현, 하동균, 효린, 소찬휘 순이다. 소찬휘(2%)만 제외하고는 모두 10%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2차 경연에서 꼴찌로 떨어진 박정현 또한 효린의 반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다. 박정현은 빛과소금의 ‘그대 떠난 뒤’를 알앤비(R&B)로 편곡해 불렀다. 가창은 훌륭했지만 음악적 취향이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휘어잡기엔 부족했던 탓인지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처럼 편곡의 방향성, 청중평가단의 성향, 경연 순서 등 여러 변수가 그날의 순위에 영향을 끼친다.
정지찬 음악감독은 16일 서울 상암돔 MBC신사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효린의 탈락이 아쉽다. 춤을 추면서 노래를 저렇게 잘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첫 무대에서는 입술을 떨 정도로 긴장했으면서도 정확한 발성과 음을 보여줬다”며 “아이돌이기 때문에, 아이돌이어서 노래에 대한 선입견이 다소 있는 것 같다”고 효린에 대한 박한 평가를 아쉬워했다.
‘나가수’라는 무대는 ‘가수의 급’을 나누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순위를 정하기는 하지만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한 것이다. 급을 나누고, 연령층을 나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가수만 참여할 수 있는 성역도 아니다.
가수는 경연 당일, 오롯이 자신의 역량에 따라서만 평가 받아야 한다. 애당초 ‘나가수’가 주목받은 이유도 ‘이름값’을 떼고 한 판 붙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효린은 첫 탈락자가 됐지만, ‘아이돌’의 실력 또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증명했기에 값진 경험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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