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파리 폴리’가 진정한 행복에 대해 묻는다.
‘파리 폴리’는 노르망디의 전원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브리짓(이자벨 위페르 분)과 자비에(장 피에르 다루생 분)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녀 감성을 지닌 브리짓의 삶은 무료하기 그지없다. 남편이 종일 늘어놓는 젖소 이야기가 지겨워질 때쯤, 브리짓은 연하남(피오 마르마이 분)을 만난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브리짓은 한동안 그를 잊지 못한다. 결국 그는 연하남을 만나기 위해 파리로 향한다.
브리짓의 명분은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브리짓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는 피부병이 있고, 남편에게는 친구로부터 소개 받은 의사를 만나러 다녀오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도시라는 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도 알맹이는 별 거 아니라던가. 브리짓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연하남에게서 실망을 금치 못하고, 몇 번이고 그를 버리고 도망친다. 브리짓이 묘한 감정에 휩싸일 때쯤 한 중년의 남자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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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파리폴리 포스터 |
브리짓이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도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곳곳에 연인들이 함께인 로맨틱한 정경에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도시에 활기를 더한다. 반면 브리짓의 외도를 알게 된 자비에가 바라보는 도시는 쓸쓸하기 그지없다. 자비에는 미술관에 들러 브리짓이 생각나는 그림을 바라보고, 바닥에 앉아 데생하는 미술학도를 스쳐 지나간다. 그게 설사 낭만적인 도시의 대명사인 파리라고 하더라도, 도시란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겐 도망치고 싶은 공간인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낀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은 중년 연기자의 연륜이 느껴진다. 특히 자비에는 브리짓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갈까 두려운 감정, 돌아와서 고마운 안도감 그리고 배신감과 분노를 함께 느낀다. 그가 다른 상황에 투영하며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때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안타깝다.
자비에는 단짝 친구가 떠나버려서 우울증에 걸린 젖소를 바라보며 “친구가 눈에 안보이니, 자기를 떠나버린 줄 아나보다. 예전이랑 다를 까봐 불안한 것 같아”라고 소리 쳤다. 이 말을 들은 브리짓은 “변한 건 없어. 전부 그대로야”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젖소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전하는 메시지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브리짓과 자비에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이해하고, 묵묵히 지켜보며 견딘다.
마크 피투시 감독이 “이번 작품은 브리짓과 남편이 서로를 어떻게 재발견하고 사랑하게 되는가 하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는 날카로운 아픔도 있지만, 사랑을 믿는 로맨틱한 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듯, 두 사람에게 있어 외도는 사랑을 공고히 하는 장치일 뿐이고 스쳐가는 인연 역시 옆에 있는 사람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일 뿐이다.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을 함께하는 부부라면,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다. 오는 26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