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과거엔 전자 음악하는 사람들, 날로 먹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한 ‘K루키즈’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한 일렉트로닉 록 밴드 러브엑스테레오(LOVE X STEREO)가 새 앨범을 내놨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독특한 색의 보컬이 돋보이는 음악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멤버 애니와 토비. 마치 학창 시절 반항아를 보는 듯 독특한 비주얼과 스타일을 보여줬지만 현재 음악 시장에 대한 이들의 반항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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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루키즈 제공 |
러브엑스테레오의 이번 앨범은 ‘위 러브 위 리브’(WE LOVE WE LEAVE PART1)이라는 타이틀로 사랑과 헤어짐이라는 상반된 단어로 엮어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원래 정규 앨범으로 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내는 앨범이라서 시기를 맞춰야 했다. 그래서 CD를 2개로 나눠서 발표하는데 파트1은 사랑 이야기를, 파트2에선 헤어짐을 주제로 했다. 두 개가 합쳐져 하나의 앨범이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러브엑스테레오가 기존에 냈던 5곡과 신곡 2곡이 합쳐서 총 7곡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의 곡을 다시 삽입했지만 다시 스튜디오 녹음을 통해서 완벽함을 기했다. ‘K루키즈’ 참가할 당시만 해도 3인조였지만 지난해 11월에 2인조로 팀도 개편을 맞았다. 여러모로 이번 앨범은 러브엑스테레오의 변화와 각오가 담겨 있다.
“기존의 있던 곡들은 직접 녹음을 하고 믹싱까지 다했지만 녹음을 다시 하고 싶었다. 그 동안 ‘곡은 좋은데 녹음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지원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고 믹싱을 제대로 했다. 멤버도 재정비해서 악기들도 저희가 원하는 세팅으로 완성됐다. 어느 정도 틀이 갖춰져 새롭게 출발하는 느낌이다.”(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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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엑스테레오의 토비와 애니는 펑크 그룹인 스크류어택에서부터 함께 밴드를 결성해 왔다. 토비의 경우는 크라잉넛, 노브레인이 활동하던 시기인 90년대 후반에 18크럭이라는 펑크 밴드부터 시작했으니 펑크 1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이 왜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진걸까.
“밴드 하고 얼마 안돼서 기획사 들어갔는데 그 회사에 록밴드는 저희밖에 없었다. 다 전자 음악을 하거나 디제이(DJ)들이었다. 당시엔 시부야케 이 음악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회사에서 일렉트로닉 음악 하라고 강요를 해서 싫다고 했다.(웃음) 옛날엔 전자 음악하는 애들 싸잡아서 날로 먹는다고 욕도 했는데 엄청 복잡하더라. 돈도 많이 들고. 근데 그 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악기도 추천받고 주변의 도움으로 많이 배웠다.”(토비)
“장르를 바꿨다기 보다는 지금도 펑크 음악을 좋아하고 써 놓은 곡도 있다. 외국에선 저희 음악을 듣고 펑크 감성이 있다는 걸 캐치 하더라. 아무래도 현재 만든 곡들에도 그 영향이 담겨 있다. 펑크 음악의 새로운 형태, 변형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펑크 배신자’라고도 불렸는데 지금은 새로운 악기를 다루고 모르는 것을 하면서 배워가니까 더 재미있다.”(애니)
뿐만이 아니라 러브엑스테레오는 장르는 물론 음악을 위해 직업까지 바꾼 케이스다. 얼마 전 미국 공연을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이었던 두 사람은 과감히 직장을 그만뒀다. 특히 애니는 수험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한 소위 ‘엄친딸’로 불릴 정도의 학벌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에만 전념하고 있다.
“언젠가 결단의 순간이 찾아온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다.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던 돈을 찾아가던 선택을 해야 한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하나가 잘 되면 두 번째 것도 잘 될 수 있더라. 애초에 음악 목적이었으니까 음악을 하는데 힘든 것은 없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을 하면 된다.”(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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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루키즈 제공 |
러브엑스테레오의 앨범을 들어보면 또 하나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한글 가사가 아닌 전곡이 영어 가사로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6살때까지 미국 LA에서 살아온 애니의 영향이 컸다.
“제가 미국에서 살다 온 시기가 팝 음악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어렸을 때 팝 음악을 듣고 자라서 곡 작업을 할 때도 국내 음악 감성과는 다른 편이다. 좋아하는 음악들도 90년대 펑크나 얼터너티브 음악이라서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도 한국적인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해외 아티스트들처럼 되고 싶다. 또 한글 가사를 잘 쓰는 게 어렵다. 멋있게 쓰는 친구들도 있는데 전 그런 재능이 없다.”(애니)
이러한 성향이 러브엑스테레오의 해외 진출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러브엑스테레오는 국내 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3년 미국 CMJ뮤직마라톤을 비롯해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뮤직매터스라이브 등에 초청됐다. 러브엑스테레오는 46일 동안 북미 8개 도시를 돌며 투어를 진행하며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장 성과를 얻는 것은 힘들다. 이제 나아가고 있는 단계다.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얻으려면 그 방향에 맞춰 가야된다고 본다. 그래서 해외 밴드 시스템에 맞춰서 가고 있다. 아시아 아티스트 중에서 해외에서 성공한 밴드가 별로 없다. 우린 이제 시작 단계지만 국내보단 해외 활동을 염두해서 곡 작업을 하곤 있다.”(애니)
“국내보단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게 어떻게 보면 변명이다. 근데 국내에선 음악을 하면서 미래를 찾기 힘든 분위기다. 옛날에 뮤즈의 매튜 벨라미가 인터뷰에서 ‘왜 음악을 하냐’고 물었더니 ‘회사 다니기 싫어서 한다’고 했었다. 저희도 그렇다. 한국은 금수저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소녀팬이 많거나 대형 레이블이 아닌 이상 음악으로 성공하기기 힘든 구조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데 그거에 맞춘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못 찾았다.”(토비)
오랜 기간 홍대신에서 활동을 해왔던 두 사람이기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밀크뮤직 사태부터 뮤지션들의 부족한 비즈니스 정신까지 직설적으로 지적을 했다. 이러한 쓴소리도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를 통해 모은 결론은 ‘좋은 음악’이었다.
“사실 미국 가서 느낀 건 한국 밴드들이 외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곡이 진짜 좋아야한다. 곡이 특별하지 않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저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있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처럼 특별한 게 필요하더라. 저희도 아직 정리가 안 되긴 했지만 그 특별한 것을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 음악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남우정 기자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