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이준’이란 이름 앞에 배우란 수식어를 붙이기 아깝지 않았다. 그룹 엠블랙 전 멤버라는 이력은 잊은 지 오래다.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전파를 탄 순간부터 그는 아이돌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냈다.
23일 오후 ‘풍문으로 들었소’는 30부작의 긴 여정에 첫 발자국을 찍었다. 고3커플 한인상(이준 분)과 서봄(고아성 분)의 불장난으로 혼전임신이란 엄청난 갈등이 첫 회부터 폭탄처럼 쏟아졌다. 법조계 명문재벌가 아들과 평범한 서민 가정의 딸이 만들어갈 뒷얘기가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펼쳐질지 시청자 손에 땀을 쥐게 한 60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날 방송에서는 고3 수험생이자 소심한 모범생 한인상으로 분한 이준의 연기력이 가장 눈부셨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 서봄이 자신의 애를 임신한 채 몰래 숨어 살아온 사실을 알게 된 뒤 서봄 가족 앞에서 죄인처럼 벌벌 떠는 장면에서는 28살이라는 실제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풋풋한 소년의 냄새가 확 풍겼다. 말을 더듬으며 “서봄을 책임지겠다”고 외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에게 짠한 감정과 웃음을 한꺼번에 선사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출중한 연기력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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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과 러브신에서도 그의 진가는 발휘됐다. 극 중 서봄과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도 전혀 선정적이지 않게 그려냈고, 임신한 그와 오랜만에 재회한 뒤 부모에게 데려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 키스 한 번만 하겠습니다”고 허락을 구하는 설정 역시 보는 이의 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도화지 같은 얼굴과 스폰지처럼 흡수력 있는 연기 실력이었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이었다.
이준은 출연에 앞서 배우 변신을 위한 엠블렉 탈퇴로 마음고생을 치렀다. 팬들에게 ‘악플’로 저격 받는가 하면 일부 언론에서는 ‘연기돌’을 향한 색안경으로 그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두 다리 쭉 뻗고 마음을 놓아도 될 듯하다. ‘흥행제조기’ 안판석 PD가 이준 연기력과 배우로서 가능성을 칭찬한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풍문으로 들었소’ 첫 회로 그 이유를 입증했으니 말이다. 천생 배우로서 인정받을 초석은 닦은 셈이었다.
이준은 이 작품으로 ‘믿고 보는’ 20대 남자 배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이날 방송분에서 엿본 연기력만으로 평가했을 땐 주저 없이 ‘예스’다! 그 가능성에 초록불이 켜졌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