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퇴근길 누가 어려운 시사 듣습니까? 편하게 들을 수 있어야죠!”
시사가 어렵다는 편견을 깬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매일 오후 6시 15분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진행으로 전파를 타는 tbs 교통방송 ‘생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이하 ‘퇴근길’)은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들에게 궁금증 자극할 만한 시사를 손쉽게 풀어준다. 정계 중심에 있었던 이력답게 남다른 식견과 안목을 자랑하는 DJ 이철희는 예리하면서도 속을 뻥 뚫어주는 질문과 입담으로 퇴근족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그 무게는 가볍게 줄인 ‘퇴근길’. 하루 일과를 끝내고 머리가 복잡해진 퇴근족에게 어떤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하길래 재밌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입소문 난 것일까.
◇ 코너1. ‘퇴근길’ 선물도, 음악도 별로 없는 프로그램…‘정체가 뭐니?’
‘퇴근길’은 선물도 음악도 별로 없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로 승부를 보고 있다. 시사를 쉽게 전달하는 화법과 솔직한 입담 등이 어우러져 청취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 방송 시작 2년도 안 돼 tbs 교통방송 내 청취율 1위를 달리는 것만 봐도 그 저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퇴근길’은 지난 2013년 10월 가을 프로그램 개편 이후 신설됐다. ‘라디오로 듣는 석간 신문’을 표방하며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불통의 시대에 소통을 지향한다. 또한 민감한 이슈에서 무게중심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은 DJ 이철희가 단단하게 차단한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게스트들도 쟁쟁하다. 여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을 섭외해 민생에 대해 듣는가 하면 전직 국회의원, 문화 활동가, 정치 지망생 등 게스트 스펙트럼을 넓혀 듣는 재미를 배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코너 별로 전문가 패널을 둬 쉽지만 정보의 질은 높이려는 노력을 보였다. 배종찬 여론조사전문가가 민심이 어디로 흘렀는지 분석하는가 하면, 비영리 변호사 단체 ‘공감’과 법 얘기를 다루며 알짜배기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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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TBS, 디자인=이주영 |
◇ 코너2. 부스 속 작은 인터뷰…이철희 “편안하면서도 시원한 시사 지향”
Q. 편하게 듣는 시사 프로그램이라, DJ가 풀어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A. 시사를 너무 긴장하면서 들을 필요는 없어요. 저희 프로그램은 일을 다 마치고 지쳤을 때쯤 듣는 거라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가려고 해요. 딱딱하지 않게 게스트들과 농담도 하고 얘기할 기회도 충분히 주죠. 그러면서도 할 얘기는 하자는 게 제 생각이예요.
Q. DJ로서 중립을 지키는 게 어렵진 않나요?
A. 부담감은 별로 없어요. 진행할 때 자기 색깔이 나오니까요. 그래도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정치적으로 편이 갈린 이슈에선 중립에 서고자 해요. 물론 틀렸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비판도 하고요.
Q. 민감한 사안에서 인터뷰를 이끌어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A. 전 취재원 발언에서 ‘뉴스’를 끄집어낸다는 욕심을 안 내요. 그건 싸움이 되거든요. 그냥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청취자에게 전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다음 질문을 연결해서 해야 하는 거지, 일부러 이슈화되는 걸 원하진 않아요.
Q. DJ로서 이철희의 장점과 단점은 뭘까요?
A. 아무래도 제가 정치에 대해서 잘 아니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근데 제 이력이 패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한번은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해 한 패널이 나왔는데 제가 ‘유족들과 만나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진행자의 생각을 내게 강요하느냐’고 되물은 적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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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사 프로그램의 딜레마, 청취율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A. 부담감이 있죠. 다행히 PD가 잘 만들어서 청취율 자체조사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만, 처음엔 정말 많이 신경 썼어요. 어떻게 보면 전문 방송인이 아닌 절 DJ로 기용한 것도 방송사에게 큰 모험이었으니까요. PD는 제 진행방식이 다소 촌스럽다고 하는데요. 큭. 깔끔하진 않지만 적재적소를 찌르는 제 입담이 통쾌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칭찬보다 욕하는 걸 더 잘하거든요. 하하하.
Q. 눈에 띄는 다른 DJ도 있나요?
A. 정관용 선배요. 정말 잘합니다. 진행이 굉장히 스탠다드한 스타일이지만 군더더기가 없어요. 저와 대척점에 있는 방송이긴 한데, 제가 못 가진 재주를 가져서 그런가? 눈여겨보게 되더라고요.
Q. ‘썰전’과 비슷한 이미지가 나올까봐 고민은 없는지요?
A. 당연히 생각하죠. 하지만 제 방송 원칙 중 하나가 ‘상대 얘기를 들어주며 주장하자’는 거라 ‘썰전’과 기조는 비슷할 것 같아요. 대신 이 원칙을 라디오에서 더 많이 지키려고 애쓰죠. ‘썰전’은 편집이 들어가서 PD가 캐릭터를 만드니 ‘퇴근길’보다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고, ‘퇴근길’에서는 중간자 역이니까 주장을 내보이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습니다.
[DJ 이철희는 누구?] 이철희는 시사평론가이자 전직 정무직 공문원으로 현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0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인 그는 한 종합편성채널 ‘썰전’에서 강용석, 김구라와 함께 통렬한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