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갑자기 악역으로 변한 이유요? 박경수 작가 한마디 때문이었죠.”
배우 온주완은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이호성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키다리 아저씨서 ‘나쁜 놈’으로 변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물엔 분명 있었다. 그건 바로 박경수 작가의 촌철살인 덕분이었다.
온주완은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카페에서 진행된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극 중반 이후 이호성이란 캐릭터가 선에서 악으로 변한 이유를 달변가답게 설명했다.
온주완에 따르면 이호성은 애초 시놉시스에서 신하경(김아중 분)의 키다리 아저씨로 분류돼 있었다. 수많은 악인 중 신하경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극 초반에도 한때 신하경을 짝사랑했던 청렴강직한 검사로서 ‘박정환 게이트’ 사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이호성은 박정환(김래원 분)의 간곡한 부탁으로 신하경을 도와 이태준(조재현 분) 형제의 비리를 밝히는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검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였기에 다소 무거운 드라마 속 힐링 캐릭터로 떠오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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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SBS, 디자인=이주영 |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그의 행보가 급격하게 변했다. 박정환 딸의 국제초등학교 입학 비리 문건을 이태준에게 건네며 신임을 얻는가 하면, 윤지숙(최명길 분)이 신하경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하자 “사건을 덮는 게 좋겠다”며 은폐하려해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이뿐만 아니라 윤지숙을 구하기 위해 그 아들을 뺑소니 사건의 범인으로 몰고가며 “그래야 우리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냉정하게 말해 악의 끝을 보여줬다.
대체 이호성을 변하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온주완은 이에 대해 박정환과 이태준의 자장면 신이 인기로 대폭 늘어나면서 이호성을 설명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에 따르면 촬영이 한창이던 어느 날 박경수 작가가 온주완을 따로 불렀다. 그는 대뜸 “주완아. 이호성이 악인으로 바뀌어야 하겠다”는 말을 건넸고, 출연 결정부터 시놉시스 속 ‘키다리 아저씨’라는 말만 되뇌이던 온주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변하느냐”고 되묻는 그를 수긍하게 한 건 단 한 마디였다.
“주완아. 사람 변하는 데에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계획적일 것 같아? 아냐. 그냥 어떤 일로 ‘욱’하면 돌아설 수 있는 거야.”
온주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아, 맞네’ 싶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살아오면서 성격이 변한 사람들은 ‘내가 1년 뒤에 꼭 이렇게 변해야지’가 아닌 갑작스럽게 달라졌다. 살기 빡빡해서, 누군가 화나게 해서, 이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사람은 변하고, 또 변하는 거였다.
박쥐 같지만 현실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인 이호성은 이렇게 재창조됐다. 시청자가 제대로 수긍할 수 없는 착한 캐릭터보다 방향을 틀어 선도 악도 아닌 속물로 만들어낸 작전은 주효했다. 시청자에게 이호성은 중반 이후 최고 다크호스로 꼽히며 온주완의 재발견까지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그동안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등에서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인물로 긴장감을 자아냈던 박경수 작가의 용단이 빛났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