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3일 서울 압구정 CGV아트하우스에서 진행된 배우 이은주의 추모식.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의 전 배우였던 그를 위해 나무엑터스 식구들이 모였다. 지인들과 동료 연예인, 팬 등 300명도 함께했다. 예년과 비교해 참석 인원은 좀 더 많았다.
이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이 울컥한 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가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배우 천우희를 언급하며 한 말은 모두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김 대표는 청룡영화제 시상식 참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동안 나무엑터스 소속 여배우들이 청룡상과 인연이 없던 탓이었던 건 둘째 치고, 이 영화제가 끝나고 3달 뒤 이은주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은주는 이 영화제에서 영화 ‘주홍글씨’로 후보에 올랐으나 트로피를 챙겨가지 못했다. 모두가 다음을 기약했지만, 그 바람은 영원히 이뤄지지 못할 꿈이 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청룡영화제에 참석하면서 ‘은주야, 난 청룡이 싫은데 오늘 또 다시 오게 됐네. 우희한테 힘을 실어줘!’라는 기도를 했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물론 영화 ‘한공주’에서 보여준 천우희의 엄청난 연기 덕이긴 하지만, 김 대표를 비롯해 나무 식구들의 마음은 한결 편해지고 행복해졌다. 김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추모식에서 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무엑터스는 올해 이은주 추모식을 떠들썩한 공식적인 행사로 만들지 않았다. 10번째라는 숫자의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슬퍼하는 이들이 있는데 요란스럽게 언론에 공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올해 추모식에는 설경구 등 배우들도 참석했는데, 본인들의 의지로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추모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은주를 비롯해 최진실, 정다빈 등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배우들. 어떤 이유에서건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떠올려주는 가족과 동료, 팬이 있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당사자들은 행복할 것 같다. 팬들의 숫자가 적으면 어떠한가.
추모식 때 만들어진 ‘故이은주 메모리얼 테이블’에 한 팬은 “이제 누나보다 10살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아직도 나한테는 최고의 배우이고, 가장 아름다운 배우예요. 누나보다 70살이 많아져도 나는 누나를 기억할 거예
현재 활동 중인 모든 배우가 부러워하고,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말이다.
한편 추모식에서는 영화 ‘안녕! 유에프오’ ‘번지 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등을 함께 보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지방은 물론 멀리 일본과 중국에서도 팬들이 참석해 이은주의 영면을 기원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