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소위 ‘바늘구멍 뚫기’에 비교되는 아나운서 취업. 매년 수많은 지망생이 몰리지만 합격의 기쁨을 쥔 건 방송사 당 1-2명에 지나지 않는다. 평균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소요될까. 또 어떤 이들이 합격 열쇠를 거머쥐는 것일까.
◇ ‘하늘의 별’ 따려면 ‘투자’는 필수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대략 5000여명 안팎이다. 보통 1차 서류 접수 경쟁률이 3000대 1인 점을 감안했을 때 미처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아나운서 지망생까지 합친다면 이 정도 수치로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아나운서 시험에 공을 들일까.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입시 준비를 시작해 합격 혹은 포기라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평균 1년에서 1년 반 정도 기간이 걸린다. 전문 아카데미를 등록하거나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가장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시험부터 다양한 상식, 발성법, 화술 등을 배우며 자신만의 전문성을 강화한다.
시험 횟수는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늘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MBC, KBS, SBS 등 지상파 외엔 특별하게 공채 아나운서를 선발하는 시험이 없었던 것에 반해 요즘은 종편, 케이블, 인터넷 방송국 등 무수한 매체들이 생겨 준비 기간 내에 대략 100여회 이상 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방송가는 경력이 취업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 줄이라도 더 이력을 넣기 위한 눈치싸움이 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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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그렇다면 금전적으로 얼마나 사용될까. 전문 아카데미 1학기 등록금은 400만원 내외. 여기에 원서 접수시 제출하는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것만 해도 30만원이 든다. 또한 카메라 테스트 관문을 위한 헤어·메이크업 비용은 10-15만원이 사용되며 면접 의상을 직접 사거나 렌탈을 한다면 지출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한 학기 당 30번의 시험을 보고 1년 반 정도 준비 기간을 고려한다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총 3500만 원 정도를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시험보기 위해 오가는 교통비, 피부관리비, 성형 수술비 등까지 선택적으로 더해지면 그 금액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이에 대해 샤인스피치 교육연구소 최유미 소장은 “물론 사람의 역량에 따라 준비기간과 지출비용이 달라진다”며 “무엇보다도 스포츠 아나운서, 증권 경제 전문 아나운서 등 어떤 분야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준비한다면 합격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너무 막연하게 준비하는 이들에겐 “응시 분야가 넓어지면 경쟁력이 얇아지고 자신의 콘텐츠 색깔이 애매모호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방송사가 선호하는 아나운서 유형 있을까
그렇다면 각 방송사마다 선호하는 아나운서 유형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선호하는 유형이 있다기 보다는 이미지와 가능성이 중요시 된다는 전언이다.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국 고위 관계자는 “요즘 아나운서의 활동영역이 넓어졌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다방면으로 지식이 높아야 한다. 또한 면접관들은 질문에 대한 대응이나 그 사람이 가진 잠재적 가능성이 큰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 건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BS 황정민 아나운서 역시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합격 유형은 사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다만 자기만의 얘기가 있고 궁금증을 자극하는 사람들이 최종 면접까지 올라오는 행운을 많이 거머쥐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년간 입시생을 마주한 강사 입장은 어떨까. 최유미 소장은 “요즘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미인대회 출신도 많고 스펙이 정말 좋다. 기본적으로 외모도 다 출중하고 외국어 한 두 개쯤은 기본적으로 구사하는 편”이라며 “이들 가운데 좋은 성적을 거두는 사람들은 방송에 적합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연예인처럼 멋진 외모가 아니더라도 화면에 비칠 때 편안하게 웃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방송사가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자문. 샤인스피치 교육연구소 최유미 소장 (前 봄온 아카데미 원장)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