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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이 공격당했다. 다채로운 소재의 더 작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줘왔던 신연식 감독에 의해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해자였던 ‘개훔방’은 가해자로 전락했다.
일부에서는 ‘슈퍼갑’ 대기업 멀티플렉스를 향해 손가락질해야지, 왜 을과 을이 싸우느냐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신연식 감독이 지적하고 강조한 ‘개훔방’과 독립영화의 위치는 ‘을과 을’이 아닌 ‘을과 병’의 관계로 보인다.
‘개훔방’은 일반 상업영화로 분류돼 지난해 12월 31일 200개 남짓한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났다. 하지만 좌석점유율이 높지 않았고 설 자리를 잃었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삼거리픽처스의 대표이자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대표(현재는 사임) 엄용훈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 글을 남기는 등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슈화시켰고, 결국 재개봉을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개훔방’이 다양성 영화라는 형태로 CGV아트하우스를 비롯해 독립예술영화관 상영관 50~60개를 따냈다는 점이다. ‘개훔방’의 재개봉으로 다른 작은 독립-예술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개훔방’이 또 다른 횡포를 부린 거나 다름없게 된 셈이다.
신연식 감독은 “내 전작인 ‘배우는 배우다’도 개봉관 수가 회차, 상영시간 등이 ‘개훔방’과 큰 차이가 없이 개봉했다. 그런데 자기들은 특별한 데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게 어이없다. 우는소리를 하고 정치권까지 이용해 목소리를 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근 개봉한 자신의 신작 독립영화 ‘조류인간’의 경우와 비교해 “우리는 아트하우스에서 5개관을 빼기 힘든데, ‘개훔방’은 15개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개훔방’이 50개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건 상업영화관 1000개 이상을 차지하는 영화들보다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얻어맞았다고 유치원 가서 행패 부리는 격”이라고까지 비유했다.
‘개훔방’의 재개봉은 가뜩이나 작은 파이를 나눠 먹으며 경쟁하는 다른 독립예술영화들에게 날벼락이었다. CGV 측이 15개 아트하우스 상영관을 내어준 건 더 이상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한 고단수일지는 모르겠지만, 독립예술영화 상영관까지 재개봉이 이어진 건 생각해볼 문제다. 독립예술영화 상영관도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이기에 각자의 재량권에 따라 이 영화를 상영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상업영화가 독립예술영화관을 잠식한 것 또한 분명하다. ‘개훔방’의 재개봉 탓 이어진 결과다.
엄 대표는 “확대 상영을 할 때부터 다른 독립영화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일반상영관을 위주로 해달라고 극장 측에 요청했다. 상영관 배정은 극장 재량이지만 ‘개훔방’의 확대상영이 독립 영화에 피해가 된다면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 CGV아트하우스에 이어 다른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상업영화로 개봉했던 ‘개훔방’이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을 때, 스크린 하나만 더 혹은 한 시간만이라도 더 상영되길 바라는 다른 작은 영화들을 죽일 수 있는 행위이고 비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비판이 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혹은 그가 수차례 언론에 강조하고 밝혔던 것처럼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재개봉돼 상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또 다시 비난해야 했다.
한국영화계 수직계열화 구조는 엄청난 문제이긴 하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