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동화 ‘신데렐라’가 실화로 다시 태어났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신데렐라가 실사로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신데렐라가 아름다운 외모를 뽐내는 것 말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지 궁금하다.
영화 ‘신데렐라’는 월트 디즈니 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두 번째 실화 영화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영화화한 ‘말레피센트’ 다음으로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정성을 한껏 쏟았다. 전 세계 소녀들이 꿈꾸는 신데렐라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비주얼과 스토리에 충실했다. 마치 동화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담은 듯하다.
원작에 충실한 ‘신데렐라’의 행보는 ‘말레피센트’에 대비된다. ‘말레피센트’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를 마녀 입장에서 새롭게 풀어썼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마녀 말레피센트 역할을 맡았으며, 그의 딸 비비안이 오로라 공주의 아역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말레피센트’는 환상적인 비주얼에다 물론 익숙한 서사를 비꼰 데서 오는 신선함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안젤리나 졸리의 주연작 중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 전 세계 흥행수입으로 6억 달러(한화 약 6054억원)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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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데렐라/말레피센트 포스터 |
‘말레피센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서사 비꼬기가 제대로 통했기 때문이다. ‘말레피센트’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마녀 이야기를 다룬 소설 ‘위키드’처럼 악역의 눈을 통해 색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마녀 말레피센트는 자신을 배신한 스테판 왕(샬토 코플리 분) 때문에 그의 딸인 오로라 공주에 저주를 내린다. 그러나 말레피센트는 자라나는 오로라 공주의 곁을 지키며 자신이 내린 저주에 대해 후회한다.
마냥 착하고 여린 여자 주인공의 시선을 떠나 모든 사람이 악하다고 말하는 인물의 입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에는 언제나 뒷면이 있을 수 있으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의 삶에는 자신만이 아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말레피센트의 입을 통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반면, ‘신데렐라’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메시지가 담겼다. 소녀 엘라(릴리 제임스 분)는 “착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면 꿈꾸는 일이 이루어질 거야”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모토 삼아 꿋꿋하고 밝게 자라난다. 그런 엘라에게 아버지(벤 채플린 분)의 부고 소식이 날아들면서 위기에 봉착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 새 어머니(케이트 블란쳇 분)와 그의 딸들을 엘라 곁에 남겼기 때문이다. 새 어머니는 남편이 죽자마자 엘라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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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데렐라 스틸컷 |
디즈니는 여기서 살짝 이야기 비틀기를 시도했다. 영화 ‘신데렐라’의 새 어머니는 동화 속 계모와 달리 일정한 설득력을 가진다. 새 어머니는 한 없이 사랑했던 남편이 죽은 후 우울증에 빠졌고, 겨우 새 남편을 맞으며 기사회생했다. 그런데 새 남편마저 죽어버리고 자신이 거둬야 할 군식구만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새 어머니가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몇 마디 대사가 그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이정도의 설정으로 신선함 불어넣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여기서 엘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영화 속 신데렐라는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적극적으로 왕자를 찾아나서는 신여성(?)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엘라는 말을 타고 숲 속을 휘젓다 왕자(리처드 매는 분)와 마주치고, 그에게 서슴지 않고 충고를 던진다. “당연한 것이라고 옳은 것은 아니다”고 단언하던 엘라는 스스로 신데렐라(‘재를 뒤집어 쓴 엘라’라는 별명)가 됐다. 그는 왕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계모의 밑에서 구박당하며 사는 신데렐라라고 밝히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해줄 것을 요청한다.
동화 속에는 왕자에게 신분, 성격 등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공주가 없다. 영화 속 신데렐라는 그 점을 뒤엎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서사 전체를 뒤집어엎은 ‘말레피센트’에 비하면 이는 소극적인 반전이다. 여전히 신데렐라는 보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해맑고, 새 어머니의 악행과 질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순수한 신데렐라지만 그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 그건 ‘용서’다.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을 결심한 후 새 어머니에게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한다.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받든 셈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고운 마음씨를 가진 신데라는 과연,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