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땡큐’
방송인 김제동에게 보낼 말은 이 두 글자뿐이었다. 월요병에 찌든 심야 안방극장에 행복을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명예? 돈? 성공? 그 무엇도 행복의 척도는 아니었다.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가슴에 꽂혔다.
23일 오후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김제동이 ‘고마워요, 들어줘서’라는 부제 아래 500명의 사연과 고민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강연은 한 명의 강사가 500명을 상대하는 형식이었지만, 김제동의 따뜻한 화법과 잘 듣는 ‘귀’로 마치 일대일로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처럼 아늑했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사람,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 고민인 주부, 고3 인생이 불만인 여학생 등 사연은 다양했지만 모든 키워드는 하나 ‘행복’으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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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김제동은 포스트 잇 500장에 적힌 고민과 사연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관객과 눈을 맞췄다. 생활밀착형 사연들이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과 감동을 전달해주며 시청자마저 어느새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마력을 발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사연은 낯선 이에게 경계심을 풀지 못해 현기증마저 느끼는 16살 소년 양준하 군의 고민이었다. 그는 마음 속 상처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자신을 해칠 것 같아 두렵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양 군의 말에 김제동이 가장 먼저 행한 건 2층 객석에 앉은 그에게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였다. 물리적 거리를 좁히면서 ‘너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어 양 군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웃고 맞장구 쳐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양 군은 ‘낯선’ 김제동에게 미소를 짓고 속마음을 내비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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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그러나 김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개홀에 있는 499명의 관객에게 모두 일어나 양 군을 바라봐달라고 부탁했고, “준하야. 우리 모두 낯설지만 준하 너를 좋아한단다. 친하게 지내자”라는 몇 마디를 따라하게 했다.
아주 간단한 말이었지만 499명 목소리가 모이니 그 문장에 실린 감동은 잴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공개홀을 울리는 “좋아한다”는 단어가 보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고, 양 군 역시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마음을 여는 변화가 브라운관 위로 흘러나오면서 그 따뜻한 기운이 안방극장까지 스며들었다.
김제동은 방송 말미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말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갖다 대는 것, 마이크와 카메라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얘기를 전해주는 것, 그것이 내가 MC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세상 모든 사람의 얘기는 재미가 있고 들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자기 무게를 짊어진 채 삶을 걸어가고 있고 자기 삶을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순간 세상엔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로 미래를 위해 고통을 강요했지만, 달려가는 법만 배운 청춘들이 잠시 쉬어가며 작은 행복을 찾으려는 것에 더욱 의미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김제동의 강연은 이런 청춘들에게 웃음과 감동,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야하는 이유까지 알려준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내 마음 속 진짜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더불어 ‘행복하세요?’란 물음에 누구나 당당하게 ‘예스’를 외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진 순간이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