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황은희 기자] 에로티시즘은 여전히 가요계 화두다. 제작자, 뮤지션 등 여러 사람이 가사와 스타일, 퍼포먼스, 콘셉트 등에 에로티시즘을 녹여내며 ‘대중 눈길 끌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학적 메시지가 강했던 과거와 달리 시각, 청각만 자극하는 단순한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요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은유적 에로티시즘은 어디로 도망간 것일까. 왜 대중들에게 피로감만 선사하는 섹시함만 남은 것일까. 가요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에로티시즘 사용법을 살펴봤다.
◇ 존재 자체가 ‘논란’, 선정성을 무기로 삼아 실패한 자
선정성을 무기로 등장과 동시에 논란을 일으킨 걸그룹들. 그들은 계획대로 성공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라니아와 스텔라는 과감한 의상과 성관계를 연상케 하는 안무, 19금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방송사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안무와 의상을 수정해 무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TV에서는 야심찬 출사표만큼 조명 받지는 못했다.
로디아와 포엘도 상황은 같았다. 로디아는 데뷔곡 티저 영상과 사진에서 가슴골과 골반이 훤히 드러난 의상을 입고 노이즈 마케팅에 나섰지만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췄다.
섹시 콘셉트 노이즈 마케팅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던 포엘은 데뷔곡으로 내놓은 뮤직비디오에서 동성애 코드를 연출하는 초강수를 내놨다. 포엘 소속사 측은 논란에 휩싸이자 “홍보의 제약을 각오한 상태”라고 해명했지만, 대놓고 19금을 내세워 홍보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 신인 걸그룹이 인지도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전략으로 욕만 먹고 퇴장하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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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열된 ‘섹시’ 전쟁, 그럼에도 사랑 받은 자
과도한 섹시 콘셉트로 대중이 외면한 걸그룹이 있는 반면, 에로티시즘이란 카드로 무명에서 벗어난 이들도 있다.
데뷔 초창기 깜찍함을 내세웠던 걸스데이는 ‘기대해’에 섹시 콘셉트를 섞어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는 현재까지 인기 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역주행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인기를 얻은 이엑스아이디(EXID) 역시 에로티시즘 수혜자다. 이들은 ‘위아래’라는 곡으로 과감한 춤사위와 귀를 자극하는 가사로 대중을 뒤흔들었다. 특히 골반을 강조하는 춤은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심의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 한때 위기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안무를 수정해 여러 음악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이오에이(AOA)는 밴드형 걸그룹이라는 특이한 콘셉트로 대중에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밴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결국 섹시 콘셉트로 돌아섰다. 이후 에이오에이는 ‘짧은 치마’부터 ‘사뿐사뿐’까지 남성을 자극하는 콘셉트로 가요계 인기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도 레인보우, 헬로비너스, 달샤벳, 타히티 등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하며 데뷔했던 여가수들도 진로를 바꿔 섹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요계에 살아남기 위한 걸그룹들의 도 넘은 섹시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과도한 섹시 경쟁에 대해 “‘섹시’라는 콘셉트를 들고 나온 걸그룹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과감히 다른 콘셉트로 바꾸는 것은 힘들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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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DB |
◇ 인디계, 아직도 ‘19금’ 상상을 터치한다
오버그라운드와 달리 록, 힙합 등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아직까지 ‘19금’ 상상을 터치하며 승부수를 걸고 있다. 특히 남자 가수들은 성에 관한 은유적 표현이나, 직설적 가사로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
이런 무리 가운데 가장 선봉장에 서있는 듀오 십센치는 야릇한 상상력은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멤버 권정열은 “대중가요 가사에는 이런 농염한 가사들이 지나치게 없는 편이라 우리 가사가 오히려 돋보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여자들에게만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어서 리스너들에게 더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 가요계 에로티시즘 양상에 대해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고급스러운 콘텐츠가 의외로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걸그룹들의 성공한 섹시 콘셉트를 갖추는 것 역시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며 “다만 더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가사나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황은희 기자 fokejh@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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