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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블레이디. 기루, 가빈, 티나, 예은, 다영.(왼쪽부터) |
‘블레이디’(Blady)라는 이름을 듣고 불현듯 ‘블레이드’(Blade)라는 제목의 영화가 떠올랐다. 블레이디의 2전3기 불굴기를 알기 때문일까. 가수에의 열정을 굽히지 않은 블레이디를 보며 극 중 불사의 뱀파이어가 연상된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걸그룹 블레이디(Blady, 가빈·티나·다영·기루·예은)는 지난 2011년 데뷔한 팀이다. 4년간 두 차례 멤버를 물갈이하는 고충을 겪었다. 2기 멤버인 티나(26)를 제외하곤 모두 새 얼굴이다. 갖은 고생 끝에 31일 새 미니앨범 ‘다가와’를 발표한다.
“오랜 기다림이었어요. 새 멤버들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시간이요. 저만 느끼겠지만 모든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지금 멤버들과 만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죠. 팀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돼야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제가 방송 경력이 더 있으니까 거기서 얻은 경험들을 전해주려고 대화를 많이 해요. 가빈 언니는 데뷔했던 가수니까 역할 분담이 잘 됐죠.”(티나)
가빈(27)은 지난 2006년 보컬그룹 투앤비(2NB)로 활동했었다. 블레이디에 합류하면서 리더를 맡게 됐다. 맏언니로서 혹은 가요계 선배로서 동생들을 잘 이끈다. 기루는 “언니의 배려심을 느낄 때가 많다”면서 “동생들이 모르는 걸 친절히 잘 가르쳐준다. 혼내는 게 아니라 져주면서 안아주는 느낌이다. 언니의 리더십 덕분에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다영, 기루, 예은(이상 보컬), 티나(보컬, 랩) 모두 굉장한 실력자예요. 여러 콘셉트를 내세워 이미지만 남기는 걸그룹이 되고 싶지 않아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팀이 되고 싶어요. 멤버들끼리 의사소통도 잘 되고요. 다소 마찰이 있을 땐 음료수 한 잔씩 하면서 수다를 떨면 금방 풀리더라고요.”(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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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이라는 친구가 저를 소개해서 오디션을 볼 수 있었어요. 제가 블레이디에 합류하고 한 달 뒤에 기루가 들어왔고요. 오랜 연습생 시절에 찌들어 있을 때, 계약 전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기루를 만나 힘든 시간을 같이 지냈죠. 서로 의지도 많이 했고요.”(다영)
“블레이디가 2기일 때 ‘B형 여자’(B-Lady, 멤버가 모두 B형이라서 붙인 이름)라고 불렸었는데 그때 있던 친구가 수진이었어요. 걔한테서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아이돌은 나이가 어려야한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제가. 그래도 미팅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회사를 찾아왔는데 지금 이렇게 데뷔를 하게 된 거죠. 친구 덕분에 빨리 데뷔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기루)
기루는 특히 10살 때부터 연기 생활을 하기도 했다. ‘미달이’로 유명한 배우 김성은과 함께 ‘테크노 피노키오’라는 뮤지컬에 출연했다. 평일은 기루가, 토요일은 김성은이 무대에 올랐다. 이후에도 광고, 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TV에 출연했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모든 일을 접게 됐어요. 남들 앞에 서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가수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21살 때부터 가수 준비를 했는데 이제 4년이 흘렀어요. 잘 해내는 일만 남은 거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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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보고 거기에 푹 빠져 버렸어요. 장기자랑 같은 조그만 무대에도 많이 올라갔거든요. 헤헤. 부모님께서도 흔쾌히 제 꿈을 응원해주셨고요. 가수가 되려고 서울로 가야겠다고 말씀 드리니까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나이는 어리지만 언니들과 함께 열심히 할 거예요.”(예은)
블레이디는 서울 중랑구 모처에서 숙소생활을 하고 있다. “힘들어도 밥은 잘 먹는다”고 말하는 이들에게서 두터운 우애가 느껴졌다. 특히 예은은 “언니들이 잘 챙겨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를 보며 “정말 그러니? 거짓말 아니야? 글자마다 점 하나 씩 꼭 찍어주세요”라고 장난치는 언니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밉지 않은 농담이다. 그래서 약속을 지킨다. 예원은 “행.복.해.요. 언니들에게 사.랑.받.아.요”라고 기계처럼 대답했다.
이른바 ‘팀 케미’는 참 좋다. 다만 앨범의 성공과는 별개의 문제다. 블레이디 또한 가수로서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것,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우선순위다. 새 미니앨범 ‘다가와’에는 동명의 타이틀 곡 외에도 ‘러브 소 아이’(LOVE SO..I), ‘오우치 왈라 왈라’(Oochi Walla Walla), ‘블레이디 판타지’(Blady ‘Fantasy’) 등 총 4곡이 수록됐다.
앞서 공개된 타이틀 곡 ‘다가와’의 티저는 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발적이다. 남자모델과의 진한 스킨십이 눈에 띈다. 여느 걸그룹들처럼 섹시 콘셉트를 앞세웠다. 그런데 앨범 첫 페이지를 장식한 재킷 사진은 느낌이 다르다.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제작 과정에 실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진다.
당초 3번 트랙인 ‘오우치 왈라 왈라’(Oochi Walla Walla)가 타이틀 곡이었다는 게 블레이디의 설명이다. 이 곡은 트랩 비트 위에 일렉트로닉 요소를 가미해 강렬한 느낌을 가진 노래다.
“재킷 사진을 ‘오우치 왈라 왈라’에 맞춰서 찍었거든요. 파주에 있는 한 정비소에서 촬영했는데 주위에 논밭뿐이라서 도대체 뭘 촬영하려나 싶었죠. 작업을 마치고 나니까 강렬한 느낌이 확 살아 있더라고요. 그런데 ‘다가와’ 노래가 더 좋다는 평가가 나와서 모든 게 엎어졌어요. 다시 호텔 콘셉트로 촬영해야 했죠. 정말 업무적으로 찍은 건데 야하다는 평가를 받으니 부족한 점은 없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하하. 잘해야겠다고만 생각하고 작업했거든요.”(다영)
“타이틀 곡이 바뀌었다는 건 그만큼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에는 4곡만 넣었지만 수록하지 못한 노래들도 엄청 많아요. 저희에겐 한 곡 한 곡이 전부 주옥같은 것들이죠.”(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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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면 명동에서 엉덩이로 이름을 쓰고 게릴라 콘서트를 하겠습니다. 이름은 ‘영어 필기체’로 쓸게요. 하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머리에 꽃을 달고 멤버 두 명이 지하철에서 ‘다가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거예요. 가만히 앉아 있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