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한류 문화의 확산과 연예·스포츠 산업이 발전하면서 유명인들과 관련한 퍼블리시티권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관해 입법을 통한 권리의 대상과 인정 범위 등 분쟁해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와의 상충, 그리고 법 근거 마련 등과 같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치면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쉽게 말해 개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 등 그 사람 자체의 특징이 나타나 있는 것을 광고나 상품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다. 1950년대 미국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해 영미법계에서 활성화된 재산권이다. 만약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되면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이나 이름을 도용당했을 때 인격권을 근거로 위자료만 받을 수 있는 초상권과는 달리 침해정도와 기간에 비례해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어 상업적인 가치가 크다.
문제는 그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이다. 무분별하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경우 도리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을 명문 규정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대중의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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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무부별한 소송 부추기기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들 또한 감지되고 있다. 실제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소송이 급증하면서 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규모 자영업자와 블로거들이다. 일부 법무법인과 소송을 대행하는 업체들은 연예인 소속사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아예 퍼블리시티 전문 소송에 뛰어들고 있는데,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블로그에 연예인 사진을 올린다든지, 별 생각 없이 연예인 사진을 가게에 내건 이들 역시 ‘퍼블리시티권 소송’의 먹잇감들이다.
과거 연예인 결혼 축하 포스팅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퍼블리시티권 소송에 휘말렸다는 한 블로그는 “연예인 사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연예인 이미지를 직접 상품이나 업체홍보와 엮어서 쓰지 않으면 된다’ 정도로 알고 있었다. 연예인의 경조사 소식을 알리거나, 헤어스타일 잠깐 소개한 걸 가지고 법적 문제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더욱 어이가 없었던 것은 신고가 들어온 포스팅이 글을 발견한 날짜보다 한참 뒤에 내용증명 보내놓고서는 그 기간 동안 연예인 사진 사용했으니 돈을 지불하라는 거다. 권리 주장할거면 빠르고 확실하게 하든가 글을 한참 전에 캡처해서 가만히 두고 있다가 6개월 뒤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동안의 사용료를 내라니 누가 봐도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저작권, 이미지, 사진, 퍼블리시티권등을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악질 법무법인에 대응 온라인 카페의 회원수만 1만4000명이 넘었으며, 이와 유사한 카페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전문 소송 업체들은 손해 볼 게 없다는 식으로 일단 소송으로 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간에 합의금을 받을 수 있거나 소송으로 가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을 놓고 2차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퍼블리시티권을 한계 없이 인정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아 오히려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힘들 수 있으며 법의 적용 범위를 더욱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한계 없이 인정할 경우 유명인이 잠깐 들렀던 사실을 매장 내 홍보로 활용하고 있는 음식점이나 연예인들의 사인을 개건 등 수많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소송에 내몰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찍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해외의 사례는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퍼블리시티권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법이다. 이 같은 퍼블리시티권 적용은 문화적 차이도 영향을 미치는데, 역사적으로 계약 개념이 발달한 영미권에서는 실제적 적용에 적극적이다. 일찌감치 연예계와 프로스포츠가 막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큰 시장으로 발전한 미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사례가 많았고 그만큼 기준이 명확한 편이다.
우리처럼 명문 규정이 없는 일본 역시 지난 2012년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는 여성 듀오 핑크레이디가 한 여성 주간지를 상대로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낸 소송에서 “유명인에게는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 등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무단 사용되지 못하게 할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고재판소는 다만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 주간지가 핑크레이디의 사진을 사용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무단으로 판매용 사진집을 내거나 유명인의 이름과 사진으로 캐릭터 상품을 만들거나 상품 광고에 활용했을 때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하고, 보도 목적으로 사진을 썼다고 해서 권리를 침해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계를 명확하게 밝혔다.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법이 없는 영국 역시 이와 관련된 판례가 존재한다. 2013년 7월 영국 대법원은 자신의 사진을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의류 브랜드 탑샵(Top Shop)을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고소한 리한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영국 법원은 “허가 없이 리한나 이미지가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은 사칭 하는 것과 동일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녀가 자신의 명성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탑샵에게 14일 안에 리한나 측에 20만 파운드(약 3억 5천만 원)를 지급하고 약 10만 파운드(약 1억 7천만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대신 지불하도록 명령했다. 이 소송은 퍼블리시티권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국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다는 최초의 판례가 됐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