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토이 유희열이 되돌려 놓은 20여년의 시간. 그 순간 만큼은 유희열도 관객들도 모두 20대 청년, 10대 소녀로 돌아갔다.
유희열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지난해 발표했던 7집 앨범 ‘다 카포’(Da Capo)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2008년 열었던 ‘땡큐’(Thank You) 콘서트 이후 무려 7년 만에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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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안테나뮤직 |
공연 타이틀이나 이적이 부른 첫 곡 ‘리셋’(Reset)이 말해주듯이 이번 공연은 추억으로의 시간 여행이었다. 오선지에서 악보의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을 가진 클래식 용어 ‘다카포’처럼 유희열은 자신이 데뷔 앨범을 발표한 1994년, 약 20여년 전으로 돌아갈 것을 청했다.
그의 바람대로 관객들은 유희열의 음악을 듣고 그의 라디오를 듣던 소녀들로 돌아갔다. 유희열의 말처럼 이젠 서있는 것보다 앉아서 노래를 감상하는데 익숙하고 요실금을 걱정해야 될 나이가 됐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유희열의 한 마디에 “꺅” 소리를 지르고 무대 밑에서 열광적으로 뛰며 공연의 한 켠을 완성했다.
폭죽이 터지고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무대 양옆을 채운 대형 스크린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희열과 가수들을 크게 볼 수 있는 것 말고도 김동률이 ‘너의 바다에 머무네’를 부를 땐 바다를 눈 앞에 펼쳐놨고 신재평의 ‘여름날’은 곡의 풋풋한 분위기를 그대로 선사했다. 특별한 장치나 기술력 대신에 음향은 최고로 만들어냈다. 함춘호, 박용준 등 국내 최고의 세션들의 연주로 공연의 질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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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리스트 자체도 가장 최근 앨범인 ‘다카포’의 수록곡들과 토이를 있게 한 다수의 곡들이 균형을 이뤘다. 덕분에 관객들도 유희열도 토이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유희열을 “‘다카포’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열었는데 참여한 가수들, 동료 선후배, 친구들, 연주자들 들에게 감사하다. 언제 또 좋은날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얘기하고 앞으로 9년 뒤가 될까봐 겁이 난다. 그 동안 ‘난 뭐 때문에 살고 있지’라고 고민을 했는데 여기 서니 말문이 턱턱 막히는 게 바보가 된 것 같다. 진짜 ‘나 괜찮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감사하다”며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