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가 30대 여성들이 가진 현실적인 고민을 가감 없이 그려내는 것으로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마스다 미리는 단조로운 그림체와 심플한 스토리만으로 일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그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작가였고, 이에 270만부라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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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수짱 시리즈’는 말풍선 안에 담긴 대화보다도 내레이션이 많은 만화다. 주인공인 수짱, 마이짱, 사와코상은 하루하루를 버텨내면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찾아나간다. 특히 수짱은 매번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로 이 점이 일본의 3040 여성들의 마음에 돌을 던졌다.
일본의 여성들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일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거듭한다. 꿈을 찾아 날개를 펼치고 싶지만, 주변에선 매일 “언제 결혼할 거냐”고 질문하고 결국 ‘결혼’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일본도, 한국도 기혼 여성이 사회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사회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속에는 만화에서 다뤘던 30대 여성들의 솔직한 속마음이 모두 담겼다. 이 작품은 크랭크업 될 당시 일본의 탑배우 시바사키 코우, 마키 요코, 테라지마 시노부가 참여한다고 알려지면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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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컷 |
미노리카와 오사무 감독 역시 세 배우의 참여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그는 “스타 배우들은 우리와 다르게 화려한 삶을 살 거라는 선입견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일상에 매우 충실하고 성실하다. 흉내만 내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사람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분들과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고 전했다.
오사무 감독의 말처럼 작품 속 세 사람의 모습에서는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주변에서 많이 봐왔던 평범한 여성들이 있을 뿐이다. 셋은 화창하게 밝은 날 숲으로 피크닉을 떠나고, 추운 날에는 따뜻한 전골을 끓여 나눠먹는 것으로 우정을 쌓아나간다. 오사무 감독은 세 여자의 우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
오사무 감독은 남자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마스다 미리의 작품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는 6년 전인 30대 중반,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는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내도 자식도 없었던 그는 막막한 미래의 일이 무겁게만 느껴졌고, ‘수짱 시리즈’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그가 느꼈던 감성은 섬세한 묘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 영화 속에 녹아들었다.
오사무 감독이 표현한 수짱(시바사키 코우 분)은 마스다 미리의 수짱과 달리 조금 더 역동적이다. 오사무 감독의 수짱은 주문은 되도록 깔끔하게 하려하고, 칭얼대는 후배를 달래는 것도 일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며,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이 되기는 싫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겉으로는 담백하고 조용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와 닮은 사람이다.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그려낼 때 자칫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힌 여성상으로 표현될 우려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오사무 감독은 자유로웠다. 오히려 남성 캐릭터를 단조롭게 설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가 그려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찌질(?)하거나, 바보 같거나, 이기적이다. 그러나 남성 캐릭터가 평면적인 덕분에 여성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도드라진다. 수짱은 한 줄의 대사로 흔들리는 3040 여성들의 마음을 울렸다. “먼 미래의 일을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어.” 오는 9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