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전공을 하다 자퇴를 결심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입학해 애니메이션 연출로서 배움의 길을 걷던 박혜미 감독. 그녀는 홍석재 감독과의 아카데미 동기의 인연을 통해 최근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시각효과로 참여했다.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가 한국 다양성영화 중 13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신작들의 개봉에도 지난 4일 한국 다양성영화 3위에 랭크되며 꾸준히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소셜포비아’는 SNS로 인해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영화로, 스크린에 웹사이트를 고스란히 옮겨 넣은 듯한 시각효과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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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로 삶을 튼 이유는?
A. 갑자기는 아니고 학교 커리큘럼 과정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는데 동기들이 작업하는 과정에 애니메이션에 스토리 보드를 급하게 요구하거나 같이 코멘트 하면서 조금씩 도와주고 자연스럽게 됐다. 편집실에서 ‘화산고래’를 작업하던 중 CG를 써본 적이 없다길래 같이 고민하다가 소스가 쌓이고 쌓여서 함께 하게 됐다.
Q. ‘소셜포비아’가 시각효과로서는 첫 데뷔작인가?
A. 이렇게 작업한 건 처음이다. 원래는 크레딧에도 CG팀으로 되어 있었다. 상업적으로 잘 된 케이스는 처음이다. 강남 CGV에서 영화를 봤는데 조금 낯설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뿌듯하다. 실제 소셜 쪽에 계신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더 좋았다. ‘디테일을 잘 살린 것 같다’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더라.
Q. 컴퓨터 화면을 스크린으로 가져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의도에서 만든 건가.
A. 아르바이트를 쓸 생각이었는데 저예산이다 보니..(웃음) 디테일을 손보다 보니까 하나 잡고 계속 파게 되더라. 그게 습관이 되어 있던 터라. 의견을 조율하면서 작업한 결과물인 셈이다.
Q. ‘소셜포비아’에는 어떤 시각 효과들이 있나.
A. 검은 색 화면에 글씨가 올라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정말 오래 걸렸다. 편집감독이 1차적으로 하고 다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길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웹페이지 같은 경우도 모두 포토샵을 이용해 직접 만들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TV’ 역시 이름을 미묘하게 바꿔서 사용했고, 듀얼에 띄워놓고 작업하는 식이었다. 대체적으로 게임방송을 틀어놓고 작업을 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걸 참고했다. 속도감이 예술이다.
Q. 작업 당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다면?
A. 디테일이다. 쓸 수 있는 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덕질’이라고 있다. 그걸 많이 했다.(웃음) 제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리얼로 가져가돼 아는 사람과 함께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넣는 식이다. 다른 방송보다 기존에 있는 걸 가지고 응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분명 관객들도 그런 부분에서 느끼는 점이 더 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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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특별히 힘든 부분이 있을까.
A. ‘소셜포비아’를 작업하면서는 힘들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굳이 힘든 점을 찾자면 체력적인 부분보다는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었다. 트위터 창을 띄우는 장면이 있는데 디테일을 살리려다 보니 모션 하나 만다는 데에도 1시간씩 걸렸다.
Q. 연출자로서 ‘소셜포비아’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하다.
A. 홍석재 감독에게 배운 점이 많았다. 정말 꼼꼼한 사람이다. 연출자 입장에서 자기 영화가 완성이 되기까지 모든 걸 쏟아내는 것에 있어서 정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글도 정말 잘 쓰고, 새로운 정보들을 입수하는 걸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정말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또 그 것을 잘 수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Q.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
A.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글을 많이 안 썼다. 시나리오 기반이라기보다 이미지 기반인 작업들을 주고 했다. 아카데미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시나리오 작업이다. 당시 1대1로 수업이 많이 진행이 됐는데 아무것도 모르니 자극을 많이 시켜주셨다. 그렇게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건 5년 정도가 된 거다. 자괴감이 들거나 위축된 건 없었다.
Q.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A. 제일 큰 건 연출자로서 제대로 된 내 작품 하나 만드는 것이다. 그게 애니메이션이 됐든, 장편을 써서 웹툰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됐든. 더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지금의 목표는 그렇다.
Q. 마지막으로 영화인으로써 한마디.
A. 막연하게 좋은 이야기 쓰고 싶다는 것밖에 없다. 아카데미 막 입학했을 때는 내 영화가 스크린에 걸렸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조금씩 현실로 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내 이야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