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싱그러운 봄의 분위기를 닮은 이유비. 드라마 ‘착한남자’의 송중기 여동생 역을 시작으로 ‘피노키오’에서 사생팬 출신 기자를 연기하며 상큼발랄한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그녀는 영화 ‘스물’을 통해 그 이미지에 정점을 찍었다.
통통 튀는 그녀의 개성은 영화 속에서 빛을 발하며 보는 이들까지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연신 풍겨낸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이런 이유비만의 매력을 높이 샀다. 덕분에 영화 속 소희의 모습은 실제 이유비의 모습과 꽤 많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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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감독님이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소희의 캐릭터에 제 이미지를 매치시키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전 다른 역할에 더 끌렸는데 감독님이 역할을 고르라고 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소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는데, 사실 캐릭터 자체가 귀여운 건 아니잖아요. 털털한 이미지인데 그 속에서 아기 같은 모습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린 척을 좀 했어요. 하하.”
사실 어린 척이라고 하기엔 그의 외모가 워낙에 동안이다. 올해로 26살인 이유비가 고등학생 역할을 연기함에 있어 조금의 어색함도 없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앞서 선보인 작품들에서도 그녀의 발랄한 모습은 그야 말로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직까지는 밝고 통통 튀는 역할을 해서 그런지 뭘 하든 발랄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차분한 상황에 있어도 그렇게 보시더라고요. 사실 이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귀여운 이미지로 각인이 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좋아요. 그런데 그 것에 안주해 연기하는 데 있어서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생길까 걱정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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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물 스틸 |
그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스물’에서 이유비의 활약은 돋보였다. 스무 살이 된 세 명의 친구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사이에서 여동생으로서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렇게 된 데에는 현장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실제 세 남자 배우들은 동갑내기 친구들이며, 이유비는 그들보다 한 살 어리다. 또래 친구들끼리 모인만큼 현장 분위기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했다는 전언이다.
“촬영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수다를 정말 많이 떨었죠. 촬영 할 때 ‘큐’ 사인이 오면 대사만 바꾸는 식이었어요. 우빈 오빠는 가만히 있다가 툭 한 마디 던지고, 하늘 오빠는 까불까불, 준호 오빠는 시크하고요. 소민언니는 정말 솔직해요. 서로의 성격이 다 다른 듯 하면서 완급조절이 가능해서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웃으면서 촬영했던 부분들이 스크린에 나오니까 ‘풉’하면서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VIP시사회 때까지 참지 못하고 언론시사회에 모자 쓰고 가서 몰래 봤거든요.(웃음) 촬영이 아니라 그냥 노는 느낌으로 편하게 촬영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서 약간 불편하기까지 하더라고요. 하하”
영화 ‘스물’은 편안한 촬영장 분위기만큼이나 출연진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겨줬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 가수, 모델 등으로 활동했던 탓에 이렇다 할 스물의 추억이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스무 살의 기억을 마련해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제 스무 살의 기억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요. 그냥 학업에 열중했죠. 22살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저 그런 학생에 불과했어요. 약간 경재 같은 사람이었죠. 성악을 전공했는데 ‘졸업하면 이걸 해야한다’는 둥 플랜을 다 짜놨었죠.”
그렇다 보니 여자 출연진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었을 거다. 이야기의 중심이 세 명의 남자 친구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스물’이 아닌, 여자 친구들의 스물을 상상해봤을 법도 하다.
“사실 배우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웃음) 여자들의 ‘스물’이나 ‘서른’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봤죠. 물론 저희들끼리의 장난이었지만요. 사실 여자들의 이야기도 많잖아요. ‘써니’가 옛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거라면 ‘스물’처럼 지금의 여자 이야기를 그릴 수 있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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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이유비는 “만약 ‘스물’ 여자버전을 찍는다면 지금의 출연진 그대로 시점이 바뀌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은 물론, 촬영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당돌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연달아 선보여 왔던 이유비는 당분간 ‘스물’ 속 소희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들로 대중들을 찾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연기 변화도, 갑작스러운 인기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로 조금씩 성장해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사실 전에는 센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현실적이지 않은 그런 캐릭터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평범한 역할이 하고 싶어요. 그 평범함 속에서 발랄함도 나왔다가 청순함도 나오고, 여성스럽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