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4월 실버영화들이 관객들을 찾는다.
거장 임권택 감독과 흥행의 귀재 강제규 감독이 각각 ‘화장’과 ‘장수상회’로 중·노년층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영화는 각각 다른 시선을 가지고 영화를 다루지만, 장·노년의 시들어가는 육체와 그에 대한 고뇌 그리고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공통점을 갖는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은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훈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있는 한 중년 남성의 고뇌를 그린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주인공 오 상무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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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투병하는 아내(김호정 분)를 둔 50대 남성 오 상무(안성기 분)가 부하 직원인 젊은 추은주(김규리 분)을 마음에 품고 갈등하는 것을 주요 줄거리로 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언젠가는 죽는다. 나이가 들수록 계속되는 욕망, 그리고 그 것을 절제하려고 싸우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화장’과 같은 날 개봉하는 ‘장수상회’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만든 강제규 감독의 작품으로 박근형과 윤여정이 노년에 찾아온 로맨스를 그린다. 재개발을 앞둔 서울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무뚝뚝한 성격의 70대 노인 성칠(박근형 분)이 옆집에 이사 온 소녀 같은 금님(윤여정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영화는 노년, 혹은 장년층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실버 관객들만을 겨냥한 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국제시장’이 그러했듯이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 영화들도 ‘제2의 님아’가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한국영화계는 지난해 3년 연속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했다. 1억 명이 넘는 관객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관객층의 확대가 한몫 했다. 실제로 CGV리서치센터에서 지난 한해 CGV를 찾은 관객들을 연령대 별로 분석한 결과 중장년층의 영화 관람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45세 이상이 전년대비 30% 증가했고, 60대 이상은 무려 40.2%나 늘었다. 그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국제시장’이다.
사실 그 동안 영화에서 ‘실버 영화’라고 해도 실제 실버 관객들이 움직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님아’와 ‘국제시장’ 등을 통해서 실버 관객들이 찾아오는 확대 현상이 생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실버 관객들의 움직임이 두 영화에서 그친다면 단순히 이는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기현상으로 남을 것이다. ‘화장’과 ‘장수상회’가 앞선 두 영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을 품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