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 속 청춘들이 ‘을 중의 을’로 그려지면서 사회에서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청춘들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이나 KBS2 ‘파랑새의 집’, 웹드라마 ‘달콤청춘’ 등에서는 현실의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현실성 높게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 속의 젊은이들은 사랑을 아예 배제하거나 사랑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을 하며 지금의 청춘들이 어떤 현실에 놓여져 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미생’의 경우는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고, 이로 인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갑을관계를 주제로 하는 개그와 직장인 리얼리티 콘셉트가 등장하면서 ‘직장인 코드’의 열풍을 이끄는 장본인이 됐다. 그만큼 ‘미생’을 관통한 ‘을의 고군분투’라는 메시지가 대중에 공감을 이끌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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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의 위태로운 청춘들은 현실을 거울삼아 만들어진 것들이다. 작년 대졸자 취업률은 54.8%에 불과한데, 이는 2012년 56.2%를 기록한 것에서 매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추세가 반영된 수치다. 지난 달 청년 실업률은 11.1%로 지난 1999년 이후 1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취업난의 심각성을 보였다.
이처럼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젊은이들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오로지 취업을 위해 각종 동아리에 가입하고, 대외 활동을 벌이는 등 ‘스펙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인턴제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을 차용하는 기업이 늘어가면서 젊은이들은 인턴, 계약직 가릴 것 없이 원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약 11%뿐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 11%안에 들기 위해 젊은이들은 입사를 한 후에도 끊임없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른 신조어들도 급증했다. 자기 소개서를 소설 쓰듯 해야 한다는 뜻의 ‘자소설’, 인문계의 90%는 논다는 의미의 ‘인구론’, 학자금 대출 등으로 청년들의 부채가 많아지면서 생긴 신조어인 ‘청년 실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취업에만 힘든 게 아니라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부채를 떠안는 젊은이들의 가계도 젊은이들의 위태로움을 더하고 있다. 2010년 69억 원이던 청년 부채가 2013년 255억 원으로 급증한 통계는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젊은이들이 취업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취업정보 전문 업체 잡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 변지성 팀장은 “인턴제도 등이 안착된 것에서 오는 불안감이나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변 팀장은 “근 2, 3년 새 불황이 계속되고 경영 환경도 빠르게 바뀌다보니, 기업들의 운영 방침도 굉장히 유연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정규직 채용이 일괄적으로 이뤄지던 예전과 달리, 시간제 고용제, 인턴제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면서 오는 불안감들이 드라마에 현실적으로 잘 반영이 됐다”고 불안정한 위치의 젊은이들을 그린 드라마에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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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취업에서 끝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취업 후에도 사회 속에서 ‘을 중의 을’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가 이에 해당한다. 인사담당자들의 48%가 ‘자사 근로자들이 거의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근로자의 63%는 매일 1시간 이상 야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가 또한 근로자의 78%가 주어진 휴가를 다 쓰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 됐는데, 가장 큰 이유로 ‘상사의 눈치’를 꼽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직원들의 노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고위 직무자들의 인식과 상사의 눈치 때문에 권리인 휴가마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 이겨도 또 다시 ‘을 중의 을’로 편입될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위치를 상징하고 있다.
TV 속에서는 그런 청춘들의 모습을 슬픈 자화상으로 그려내며 공감대를 이끌고 있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고군분투를 했음에도 결국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거나 ‘파랑새의 집’ 김지완(이준혁 분)이 자존심과 가족들을 향한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에는 자존심을 버리고 친구의 아버지 장태수(천호진 분)가 마련해준 자리에 취업하는 모습 등이 지금의 취업난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슬픈 초상은 불안한 취업률이 계속되면서 당분간 브라운관에서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